한국 최초 국제회의 통역사 최정화 교수 “화투치며 불어 배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5일 15시 53분


“더듬거리는 영어로 ‘지금 당신이 사용하는 말이 무엇이냐’라고 물었던 것이 프랑스어와의 첫 인연을 만들었죠.”

한국 최초의 국제회의 통역사인 최정화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교수(60)가 삶의 이야기와 명사와의 만남을 다룬 에세이집 ‘내 삶을 디자인하는 습관 10C’를 냈다. 21일 만난 최 교수는 “중학교 2학년 때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알아들을 수 없는 아름다운 말이 들려와 참을 수가 없었다”며 “그 호기심이 내가 원하는 일을 찾게 해줬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국제회의를 1900회 이상 통역했고 2003년 한국 여성 최초로 프랑스 정부로부터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같은 해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을 설립해 민간 외교 사절 역할도 하고 있다. 그는 한국이미지상을 만들어 매년 한국을 알리는데 공로가 있는 인물에게 상을 주는데 올해엔 중국 여배우 탕웨이 등이 수상했다.

최 교수는 집중(Concentration) 배려(Care) 도전(Challenge) 등 알파벳 ‘C’로 시작하는 10가지 긍정적인 습관을 책에 담았다. 그가 2007년 만난 피아니스트 김선욱 씨는 커다란 가방에 거장들의 공연 DVD를 가득 채워 갖고 다니며 연주가 없을 때는 듣고 또 들었다. 최 교수는 “일가를 이룬 사람들은 자신의 일에 ‘올인’하는 습관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작은 배려가 큰 감동으로 오래 마음에 남는다”고 했다. 2011년 CICI 회원 30여 명과 배병우 사진작가의 경기 파주시 작업실을 방문하던 날 폭우가 왔다. 배 작가는 방문객들이 갈아 신을 새 슬리퍼 30여 켤레를 미리 준비해놓았다고 한다.

최 교수는 화투에 얽힌 재미있는 얘기도 들려줬다. 유학 시절 프랑스어 실력을 늘리는데 ‘동양식 카드놀이’, 화투놀이가 큰 역할을 했다는 것. 최 교수에게 화투놀이를 배운 프랑스 친구들이 가족에게 전파한 덕에 최 교수는 자주 친구들의 집을 찾아가 생생한 프랑스어를 익힐 수 있었다고 한다.

책은 또 작고한 김수환 추기경과 미테랑 프랑스 전 대통령 등 국내외 인사와의 일화를 담았다.

최 교수는 “성공 자체를 목표로 삼는 것보다는 좋은 습관을 갖고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꾸준히 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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