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자녀에 부모 모국어 교육 강화… 이중언어 능력 키우고 정체성도 확립

  • 동아일보

6곳서 시범사업… 2015년 전국 확대, 2세대 20만명 다국언어 인재로

‘다문화’라는 용어가 우리 사회에 등장한 지 올해로 벌써 10년째다. 국내 결혼이민자, 귀화자 등 다문화가족은 올해 1월 기준으로 약 79만 명. 다문화가족 2세대인 자녀들 또한 약 20만 명에 이르는 등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는 특히 다문화가족과 그 자녀들을 위한 언어 교육 정책이 대폭 개편됐다. 한국어는 물론이고 결혼이민자의 모국어 구사 능력 또한 다문화가족이 정체성을 지키며 한국 사회에 자연스레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핵심 요소다.

○ 인재 육성 위한 이중언어 교육

“아이들이 중국어에 조금씩 눈을 뜨는 것 같아 뿌듯해요.”

중국에서 온 결혼이주여성 강순희 씨(37)는 요즘 초등학교 2학년, 유치원생 등 딸 둘에게 매일 중국어 단어를 주지시키며 하루를 시작한다. 의자, 거울 등 집 안에 있는 온갖 물건들을 가리키며 “이게 중국어로 뭐지?” 하고 수시로 물어본다. 중국어 책을 펴놓고 읽어주기도 한다. 중국어를 몰랐던 아이들이 떠듬떠듬 엄마 나라의 말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한 건 강 씨가 참여한 ‘다문화가족 이중언어 가족환경 조성사업’ 덕분이었다.

이중언어 교육은 여성가족부가 8월부터 다문화가족을 대상으로 실시한 시범사업이다. 강 씨도 8월부터 9주간 경기 파주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시범사업에 참여했다. 강 씨는 1주일에 한 번씩 센터를 방문해 2시간가량 중국어 교육 방법을 배웠다. 수업 때 배운 것을 바탕으로 집에서 아이들에게 중국어를 가르쳤다. 이중언어 교육 선생님은 각 가정을 주기적으로 방문해 학습 경과를 점검해 줬다. 강 씨는 “아이에게 어떻게 중국어를 가르쳐야 할지 막막했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센터에서는 강 씨 외에도 만 0∼5세 자녀를 둔 중국, 베트남 등 파주의 다문화가족 10가정이 시범사업에 참여했다.

파주, 서울 서대문구 성북구, 충남 당진, 전남 함평, 경남 양산 등 6개 지역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총 60가구를 대상으로 진행된 시범사업은 내년엔 전국 190개 이상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로 확대된다. 센터별 이중언어 전담 강사는 지난해까지 다문화가족 자녀들을 대상으로 언어영재교육사업을 담당했던 강사 120명이 나선다. 하지만 수업이 한국어로 진행되는 만큼 한국어에 서툰 다문화가족을 옆에서 도와줄 수 있는 보조인력 등은 추가 보충이 필요하다.

만 0∼5세 취학 전 자녀를 둔 다문화가족 부모만 대상으로 한다는 점도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정해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박사는 “이중언어 교육 자체가 영유아 자녀와 놀이를 통해 부모와 상호 작용하게끔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라며 “6세 이상 자녀를 둔 부모를 위해 자녀 학습에 도움이 되는 동화책, 학습자료 등을 빌려주고 코칭할 수 있는 이중언어환경조성실을 내년엔 센터 내에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성지 여성부 다문화가족정책과장은 “갑자기 대상 범위를 확대하긴 어렵겠지만 수요가 많으면 다양한 지원책을 고려해 보겠다”고 말했다.

○ 유사·중복되던 한국어 교육도 개편

이중언어 교육은 물론이고 한국어 교육도 다문화가족의 한국 사회 정착을 위한 필수 지원책이다. 올해는 한국어 교육 지원 방식을 부처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법무부, 여성부 등에서 개별적으로 시행하던 한국어 교육을 지자체 중심으로 개편해 중복 지원되는 부분을 손질했다. 앞으로 지자체별 상황에 맞게 한국어 교과과정을 개설해 운영할 방침. 그 밖에도 내년엔 부처 주관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지 않아도 한국어검정시험(TOPIK) 결과를 활용해 국적 취득 시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현재 외국인 체류 기간 연장, 영주권 자격 신청 시엔 TOPIK을 한국어 능력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국적 취득 시엔 인정하지 않고 있다. 최 과장은 “앞으로 부처 간 실무협의체제를 통해 다문화가족 관련 과제 협의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최지연 기자 lima@donga.com
#다문화#모국어#이중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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