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익숙지 않은 초등 저학년들… 어려운 어휘에 “무슨 뜻인지…”
일부학교 이야기 빼고 문제만 풀기도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2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김모 교사(28)가 학생들에게 가장 가르치기 어려운 과목은 수학이다. 지난해부터 새로 도입된 스토리텔링 수학 교과서에 따라 전래동화와 문학작품을 통해 수업을 풀어나가지만 학생들이 쉽게 산만해지거나 지나치게 몰입하기 때문이다.
“도깨비들이 콩의 숫자를 세는 이야기를 해주면 단지 도깨비가 나온다는 이유로 무서워하면서 우는 학생들도 있어요. 반면 동화 속 공주 이야기가 나오면 수학은 모른 체하고 이야기만 듣겠다고 하니 교사들이 진을 뺀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요.”
이처럼 수학에 대한 흥미를 높이기 위해 교육부가 도입한 스토리텔링 교과서 때문에 일선 초등학교에서는 수학 교육에 혼선을 빚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스토리텔링 교과서 어휘 수준이 초등학생 수준에 비해 어렵고 아이들이 이야기에 지나치게 몰입해 수업 진행에도 어려움을 겪는다는 불만이다.
전문가들은 초등학교 스토리텔링 교과서의 어휘 수준이 지나치게 높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스토리텔링 교과서 중에는 ‘멀리뛰기 신기록은 1912년부터 세계기록을 공인하기 시작했다’는 표현도 있는데 육상과 올림픽, 공인이라는 단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가 많다”고 말했다. 단어 뜻을 설명하는 데 시간을 들이느라 진도 나가기가 힘들다는 것. 홍익대 수학교육과 박경미 교수는 “이처럼 한글도 익숙하지 않은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이 보기에는 스토리텔링 수학 교과서에는 어려운 어휘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스토리텔링 부작용은 2012년 교육부가 스토리텔링 수학을 도입하겠다고 밝히자마자 지난해부터 관련 내용을 바로 수학 교과서에 반영하면서 생겼다. 충분한 연구와 아이들 수준에 맞는 스토리텔링 방식을 고민하지 않고 무리하게 도입을 추진한 것이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교육과정에서 배워야 할 수학 학습량은 줄이지 않은 채 흥미도만 높이려고 스토리텔링을 적용하다 보니 문제풀이 시간만 되면 바로 어려운 수학으로 돌아간다”고 꼬집었다. 이 교사는 아예 이야기 부분은 건너뛰고 수학을 가르친다고도 했다.
교육부가 2012년 발표한 ‘수학교육 선진화 방안’에 따라 지난해부터 초등 1, 2학년생을 대상으로 도입한 스토리텔링 교과서는 올해 3, 4학년으로 확대됐고 내년부터는 5, 6학년으로 확대 적용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스토리텔링 도입 초기이므로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다”며 “현장의 불만을 반영해 매년 조금씩 수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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