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위법”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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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소비자 선택권 제한하고 전통시장 보호 효과 없어” 1심 뒤집어
“지자체서 영업제한 받은 곳들… 법령상 대형마트 요건 못갖춰”

골목상권과 중소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장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지정·영업시간 제한’을 규정한 개정 조례안은 위법하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지자체로부터 제한 처분을 받은 대규모 점포들이 법령상 대형마트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개정 조례를 적용하기 힘들다는 취지다. 판결대로라면 사실상 ‘코스트코’ 같은 외국계 창고형 대형마트 외에는 대부분의 국내 대규모 점포들이 법령상의 대형마트 개념과 배치돼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고법 행정8부(부장판사 장석조)는 롯데쇼핑, 이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 6곳이 서울 동대문구와 성동구 등 2곳의 지자체장을 상대로 낸 영업시간 제한 등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소송을 낸 점포는 이마트 성수·왕십리·장안·이문점과 롯데마트 행당·청량리점이다.

재판부는 처분 당시(2012년)의 유통산업발전법 시행령의 ‘용역 제공 장소를 제외한 매장면적의 합계가 3000m² 이상이면서 식품·가전 및 생활용품을 중심으로 점원의 도움 없이 소비자에게 소매하는 점포의 집단’이라는 대형마트만의 구별 요건을 근거로 들었다. 소송을 낸 대규모 점포들과 점포 내에 입점한 임대매장들은 ‘점원이 구매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소비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점원의 도움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울러 재판부는 “영업시간 제한 등의 처분으로 달성되는 전통시장 보호 효과는 뚜렷하지 않고 아직까지도 논란 중이어서 피해를 상쇄할 만한 효과가 있는지는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또 “이 처분이 대규모 점포의 근로자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대규모 점포 등의 근로자보다 전통시장의 중소상인들 및 그의 근로자들의 근무 환경이 더욱 열악해 오히려 후자의 건강권 보호의 필요성이 커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맞벌이 부부는 야간이나 주말이 아니면 장을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특히 아이가 있는 가정이 주차공간 편의시설 등이 열악한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전통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전통시장의 구매 환경 등을 개선해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이 모여들도록 해야 할 것이지,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 휴업일을 지정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가로막는 처분이 정당한지 강한 의심이 든다”고 판시했다.

앞서 2012년 6월 서울 강동구가 제정한 기존 조례안에 대해 위법하다는 첫 판결 이후 개정된 조례에 대해서도 위법 판결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 25개 자치구가 개정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른 ‘대형마트 의무휴업 조례’는 ‘자치단체장이 오전 0∼8시로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매월 2, 4주 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기존 조례의 강제성을 덜어내고 자치단체장이 의무 휴업일로 명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부여했다.

동대문구와 성동구는 “공식적으로 판결문을 받아 검토한 뒤 상고할지 결정하겠다”고 12일 밝혔다. 반면 대형마트는 일제히 법원의 판결을 환영했다. 현재까지 서울고법에 계류 중인 유사 소송 항소심은 8건으로 이번 판결이 첫 선고인 만큼 서울 전체 자치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대법원 상고심 판단이 주목된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우경임·김현수 기자
#대형마트 의무휴업#대형마트 의무휴업 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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