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적 문제 있어 비상벨 못 눌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이준석 선장, 세월호 공판 변명 급급… “3등 항해사 믿었다” 엉뚱한 답변도

“3등 항해사를 믿었다. 침몰 직후 나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 판단할 능력이 없었다.”

광주지법 형사13부(부장 임정엽)가 29일 진행한 세월호 선사 청해진해운 임직원들의 재판에서 이준석 선장(69)이 첫 증언을 했다. 이 선장은 이날 증언에서 동문서답 진술과 책임회피를 반복했다.

이 선장은 세월호 침몰 상황을 묻는 변호사의 질문에 “사고지점은 전남 진도 맹골수도 끝부분으로 협수로가 아니다. 섬과 섬 폭이 12km이며 당시 운항을 하던 박한결 3등 항해사(26·여)를 믿었다”고 주장했다.

이 선장은 다른 변호사가 맹골수도가 위험해 조타실에서 지휘 감독을 했어야 했다고 묻자 뜬금없이 3등 항해사를 칭찬했다. 지켜보던 재판부가 ‘증인 다른 대답을 자꾸 하시는데’라고 지적하자 이 선장은 서둘러 답변을 바꿨다.

이 선장은 또 다른 변호사가 침몰 직후 왜 조타실에 있는 비상벨을 누르지 않았냐고 묻자 “생각을 못했다. 그때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다. 판단할 능력이 없었다”고 변명했다. 이 선장이 침몰사고 충격으로 공황상태였다는 것을 강조한 것. 변호사가 재차 비상벨은 누르기만 하면 된다고 지적하자 “굳이 비상벨이 필요 없었다. 내가 2등 항해사에게 비상방송을 하라고 했다”고 다른 답변을 했다.

이 선장은 세월호 출항 전 안전점검 보고표가 허술하게 작성된 경위를 묻는 검사의 질문에는 “관행적으로 했던 것”이라고 답했다. 당시 보고표는 승객 수, 화물적재량을 공란으로 남긴 채 3등 항해사가 선장의 이름으로 서명해 운항관리실에 제출됐다.

강원식 1등 항해사(43)는 증인으로 출석해 “회사 관계자에게 과적을 너무 많이 해 비꼬는 의미로 세월호에는 화물을 많이 실어도 된다는 말을 했다. 이 말의 의미는 ‘배가 가라앉는다. 그만 넣으라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이준석#세월호#비상벨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