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한국 가야금과 중국 구정의 화음은?

  • 동아일보

청흥가야금연주단-장퉁구정연주단, 中하얼빈서 합동연주회 성황

8일 밤 중국 하얼빈(哈爾濱) 시 쑹화(松花) 강 인근 홍수방지기념탑 광장에서 열린 ‘중한구정(古箏)가야금연주회’. 하얼빈 시의 최대 축제인 여름 음악제의 하나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는 3000여 명이 몰렸다.

올해 공연에서 두 나라 연주단은 2시간 동안 모두 10곡의 전통 음악을 연주했다. 가야금은 중후하고 느리며 구정은 경쾌하고 고음인 게 특징. 이런 뚜렷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나라 연주단이 각각의 음악을 연주한 데 이어 마지막으로 중국의 서북부 백성의 애환을 그린 백화인(白花引)을 조화롭게 연주해 내자 관객들의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김순진 청흥가야금연주단 회장은 이번에 처음으로 중국 독주회를 열어 현지 전통 음악전문가들의 찬사를 받았다. 이 연주회의 중국 측 파트너인 장퉁구정연주단 대표 장퉁 하얼빈 사범대 교수는 중국 구정대회(성인부문)에서 1등을 차지한 뒤 수차례 독주회를 열어왔다. 미국 댈러스 위성방송이 그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을 전국에 방영할 정도로 중국 내에서 인정받는 구정의 명인이다.

장 교수는 “두 나라 전통악기를 서로의 국민에게 알리고자 한 목표가 충분히 이뤄졌다”고 말했다. 대전의 청흥가야금연주단(단장 민미란 공주교대 교수)과 장퉁구정연주단이 두 나라 전통 현악기의 교류에 나선 건 2010년. 장 교수는 “중국 안중근 유해 찾기 중국 지회 김월배 지회장의 권유로 2008년부터 충남 예산에서 열리는 윤봉길 문화축제에 참석해 구정을 연주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중국의 두 연주단은 그동안 공연의 조화를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청흥의 경우 본래 12줄인 가야금을 기본으로 연주하면서 18현이나 25현 가야금을 추가로 활용해 21현인 구정의 음역에 맞췄다. 가야금은 장단을 빨리했고 구정은 장단을 늦췄다. 중요무형문화재 23호 가야금 산조 이수자인 민 교수는 “서로의 음악에 각자의 옷을 입혀보려는 노력을 하면서 조화를 이루게 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추이밍허(崔明河) 하얼빈 시 군중예술 대표단장은 “청흥과의 교류를 통해 가야금을 중국인들이 많이 알게 됐다. 이 교류가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월배 지회장은 “중국 정부가 하얼빈역에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개관한 뒤 하얼빈 시민을 중심으로 안중근 의사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면서 가야금 등 한국전통 음악에 대한 인기도 함께 올라가고 있다”고 전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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