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혼 관계 오인해 유족연금 지급 취소는 위법”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6일 13시 32분


강모 씨(50·여)는 11년 전 남편이 업무상 재해로 세상을 떠난 뒤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유족보상연금을 받아왔다. 연금 수급 10년째 접어들던 지난해 공단 측은 갑자기 강 씨에게 "수급 자격이 상실됐다"고 통보했다. '다른 남성과 사실혼 관계에 있는 것으로 확인돼 유족보상연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게 이유였다.

남편과 사별한 이듬해 강 씨는 두 딸과 함께 살 주택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자금이 부족하자 오래 알고 지낸 친구 홍모 씨에게서 4000만 원을 빌렸다. 홍 씨는 차용증을 쓰지 않고 돈을 빌려주는 대신 공동명의로 하자고 제의했고 강 씨는 이를 수락했다. 2007년에는 이 주택으로 홍 씨가 전입신고까지 마쳤다. 공단에서는 홍 씨가 강 씨의 주택 공동 명의자로 돼 있고, 강 씨의 집에 짐을 가져다 놓은 점 등을 근거로 들어 두 사람이 사실상 혼인 관계라며 연금 수급 자격을 취소한 것이다.

그러나 강 씨는 "홍 씨와 사실혼 관계가 아니다"며 공단을 상대로 서울 행정법원에 소송을 냈고 재판부는 강 씨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수석부장판사 정형식)는 "사실혼이 성립하려면 부부로 함께 생활했다는 실체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공단이 제출한 증거와 홍 씨의 증언만으로는 혼인생활의 실체가 존재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공단의 연금 부지급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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