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시청 점검반이 불법 사항을 적발하기 위해 강북의 한 대부중개업체 사무실에 들어서고 있다. 해당 업체 직원들은 취재진을 거칠게 가로막았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4일 오전 서울시 대부업체 점검반 3명이 강북의 한 상가 밀집 지역에 있는 대부중개업체 사무실에 들이닥쳤다. 대부중개업체는 대부업체를 대신해 대출이 필요한 개인을 모집하고 대부업체로부터 3∼5%의 수수료를 받는다. 지난해 대부중개업으로 등록된 업체지만 저금리 대출 유인 등 여러 차례 민원이 접수됐던 곳이다. 해당 구청에 6개월간 24건을 중개해 740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는 실적보고서도 허위 보고로 의심돼 합동점검에 나선 것이다.
동아일보와 채널A는 이날 서울시 대부업체 합동점검 현장에 동행했다. “서울시에서 점검 나왔다”는 말에 사무실 안에 있던 직원 2, 3명의 얼굴에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100m² 남짓한 사무실 안에는 컴퓨터 10여 대와 책상, 전화기 등 사무실 집기가 놓여 있었고 직원 5, 6명이 컴퓨터 앞에 앉아 홈페이지와 포털 광고를 관리하고 있었다. 점검반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서자 작업을 하던 직원들도 일제히 하던 일을 멈추고 우왕좌왕했다.
점검반은 상위 대부업체와의 계약서 등을 들추며 광고, 상위중개업자와 과대광고 여부, 영업방식 등을 꼼꼼히 확인했다. 조사가 시작된 지 채 10분도 되지 않아 ‘중개실적이 있는 실태보고서를 보여 달라’는 단속반과 이를 거부하는 중개업자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점검반이 “전반기 중개실적이 있는 실태보고서나 수수료 통장 명세가 없느냐”고 묻자 중개업체 관계자는 “(갑자기 단속을 나와) 준비를 못했다”고 항변했다. 서울시는 과다 수수료로 서민들을 괴롭히는지 확인하려는 시도였고 업체는 일단 위기를 벗어나려는 작전이었다. 단속반은 “직원 채용서류와 고용계약서라도 보자”고 했지만 “회사를 이전하면서 분실했다”고 잡아뗐다. 점검반은 “가져올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압박하자 결국 이 관계자는 “(서류를 정리해) 이른 시간 안에 제출하겠다”고 답했다. 대부중개업 등록증에 기재된 대표 윤모 씨(25) 역시 실제 사장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벽에 걸린 등록증이 없었다면 영락없는 불법 업체라고 의심 받을 만했다.
점검반은 강제로 핵심 장부를 뒤져볼 수는 없었던 탓에 이날 이 업체 홈페이지의 광고 규정 위반으로 과태료 50만 원 처분만 내렸다.
서울시 점검반 관계자는 “통상적인 점검에서 불법적인 것을 단속해도 대부업체나 중개업체가 버티기로 일관하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대부업의 경우 사회적으로 심각한 민생침해를 일으키지만 사법권이 없어 단속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는 6월 말 현재 모두 3482곳의 대부업체 및 중개업체가 성업 중이다. 서울시는 1월부터 민원 다발업체 등 677곳에 대한 기획점검을 실시해 532건의 행정조치를 내렸다. △등록취소 26건 △영업정지 8건 △과태료 72건 △폐업유도 123건 △시정권고 265건 등이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에는 2966곳을 전수조사해 △등록취소(280곳) △영업정지(35곳) △과태료 처분(123곳) △시정권고(289곳) 등의 처분을 했다.
일반적으로 시와 자치구 담당자로 구성된 한 팀이 2, 3명으로 일주일에 4일 이상 점검에 나선다. 하지만 점검반의 인력이 부족하고 징계 권한이 약해 서민들의 피해에 비해 솜방망이 행정처분만 내리는 실정이다. 사법수사권이 없어 고금리 대출 등의 민생침해가 심각해도 전적으로 경찰서에 수사 의뢰하는 것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광현 서울시 민생경제과장은 “현재 사법경찰권이 없어 살인적인 이자율, 자금 거래내용 같은 주요 위반 행위를 적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효율적인 단속을 위해서는 단속 공무원에 대한 사법경찰권 부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앞으로 신규 등록한 대부업체를 대상으로 지도 점검을 강화하고 불법 스팸문자를 발송한 대부중개업체 500곳에 대한 합동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또 불법이 의심되는 업체에 대한 심도 있는 점검과 미등록 대부업체의 관리감독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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