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고무통 살인’ 李씨 “누군가에 100만원 주고 시신 옮겨”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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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살해-시신 은닉 혐의 구속

‘경기 포천 고무통 변사사건’의 피의자 이모 씨(50·여)가 경찰 조사에서 “(어떤 사람에게) 100만 원을 주고 시신을 옮겼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공범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 이 씨의 단독 범행일까

경찰은 직장 동료 이모 씨(49)를 살해하고 시신을 은닉한 혐의로 3일 이 씨를 구속했다. 이날 오후 의정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 실질심사에서 이 씨는 “잘못했다”며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 씨는 누군가에게 돈을 건네고 시신을 운반했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했다. 누구의 시신을 옮긴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씨는 지금까지 ‘단독 범행’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키 150cm 안팎인 그가 성인 남성을 살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어서 공범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이 씨 주변에 여러 명의 남성이 등장하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시신이 발견된 지난달 29일에도 이 씨는 집 근처에 사는 일용직 근로자 A 씨(59)의 집에 있었다. 두 사람은 6월경 혼자 사는 A 씨의 집에서 사실상 함께 산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남편 박모(51) 씨의 휴대전화 기록이 끊긴 때와 비슷한 시기이다.

이 씨가 독극물이 아닌 마취제 같은 약물을 사용해 피해자를 무력화시켰을 수도 있다. 실제로 남편 박 씨는 과거 약물을 이용해 가축 교배 등을 하는 인공수정사 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 오락가락하는 모자(母子)

구속된 이 씨에게 남편 박 씨 살해 및 작은아들(8) 학대 여부에 대한 범죄 혐의는 일단 제외됐다. 이 씨뿐 아니라 큰아들(28)도 박 씨에 대해 “10년 전 자연사했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씨와 큰아들은 계속 진술을 바꾸고 있다. 이 씨는 1일 체포 당시 경찰에 “남편과 외국인 1명을 죽였다”고 진술했다. 그러고는 “남편은 자연사했다”고 번복했다. 이어 나머지 시신의 신원이 직장 동료로 확인되자 범행을 시인했다. 검거 직후 “외국인을 죽였다”는 이 씨의 말이 착각일 수도 있지만 다른 추가 범행을 실수로 말했을 가능성도 있다.

큰아들 역시 수사 초기에 “아버지는 10여 년 전 집을 나갔다”고 했다가 다시 “자연사한 아버지 시신을 어머니와 함께 옮겼다”고 진술을 바꿨다. 이대로라면 사체은닉 혐의가 적용될 수 있지만 공소시효(7년)가 지났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 모자가 모두 거짓말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박 씨가 살해됐을 가능성에 대해 계속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씨와 큰아들을 대상으로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 휴대전화의 비밀

고무통 옆에서 발견된 남편 박 씨 명의의 휴대전화는 지난해 12월 이 씨가 개통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씨가 직접 박 씨의 주민등록증을 이용해 새로 가입했다. 이어 6월까지 이 씨는 이 휴대전화를 사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씨가 과거에도 남편 명의의 휴대전화를 사용했는지 아니면 갑자기 새로 개통한 것인지도 경찰은 확인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는 개통한 휴대전화를 작은아들에게 쓰게 하거나 자신이 사용했다고 진술했다”며 “휴대전화 통화목록을 조사해 누구와 통화했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천=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포천 고무통 살인사건#포천 빌라 살인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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