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 最古 고려 청동바라 찾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8일 03시 00분


동국대박물관 수장고서 두쌍 첫 공개

고려 11세기 청동 바라. 동국대박물관 제공
고려 11세기 청동 바라. 동국대박물관 제공
한반도에 현존하는 타악기 바라(발(나,라)) 가운데 가장 오래된 고려 11세기 청동 바라 두 쌍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바라 중에 유일하게 보물로 지정된 ‘곡성 태안사 청동 대바라(제956호)’보다 4세기가량 앞서 보물급 이상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동국대박물관(관장 정우택)은 27일 “본교 건학 108주년을 기념한 상설전시실 재개관에 맞춰 수장고 유물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1087년에 제작된 고려시대 청동 바라 4점을 새로이 찾았다”고 밝혔다. 박물관은 1970년 입수해 지금까지 수장고에 잠들어 있던 이 바라를 최근 재개관과 함께 일반에 첫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바라 4점은 각각 지름 30cm 크기로 2쌍으로 구성됐다. 3점에는 24자의 명문이 새겨져 있다. 명문에 따르면 이 바라는 ‘대안(大安) 3년 음력 7월’에 제작됐다. 대안은 중국 요(遼)나라 도종(道宗)의 연호로, 고려 선종(宣宗·1049∼1094) 4년인 1087년에 해당한다. 바라를 제작한 이는 이름 없이 광주목관(廣州牧官)이라고만 적혀 있다. 고려시대 광주목은 지금의 경기 광주시와 성남시, 서울 강남·관악구 일부가 포함된 지역. 목관은 목을 다스리는 관리의 직함으로, 이 바라가 관아에서 정식으로 의뢰 제작한 공공기물임을 알 수 있다.

‘반야도량발자(般若道場발者)’라는 문구도 눈길을 끈다. ‘반야도량’은 고려시대 ‘반야바라밀다경’을 강설하는 불교의식을 뜻하고 ‘발자’는 바라를 일컫는 말이다. 나라에 가뭄이 들거나 전염병이 돌 때 이를 물리치기를 바라는 현세구복(現世求福)의 기원이 담긴 것이다. 김순아 학예연구원은 “이 바라는 개인적 연주를 위해 만든 게 아니라 광주목이란 정부기관이 주최하는 불교행사의 의례용 악기였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바라는 전남 곡성군 태안사에서 소장한 청동 대바라보다 시기적으로 훨씬 앞선다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 태안사 바라는 조선 세종 29년(1447년) 효령대군이 동생 세종과 왕비, 세자의 복을 빌기 위해 조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보다 360년이나 앞서 만들어진 셈이다. 정 관장은 “현존 최고(最古)의 바라로 확인된 만큼 더욱 세밀한 학술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동국대박물관은 이번 재개관과 함께 그간 보존 관리 문제로 오랫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국보와 보물 상당수도 일반에 공개했다. 안중근 의사 유묵(遺墨·생전에 남긴 글씨나 그림) 가운데 가장 유명한 보물 제569-2호 ‘일일부독서 구중생형극(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은 10년 만의 공개다. 국보 제176호인 ‘백자 청화 홍치2년명 송죽무늬 항아리’와 보물 743호 ‘정조필 파초도’도 2006년 특별전 이후 8년 만에 실물을 볼 수 있게 됐다. 무료. 02-2260-3722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고려 청동바라#타악기#동국대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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