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車로 지나친 하천, 이젠 걷고 싶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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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도심하천들 주민쉼터로 변신
범어천, 퇴적물 걷어낸후 수질 개선… 악취민원 사라지고 산책코스 각광
대명-방촌천도 생태복원사업 착착

“승용차로 지나쳤던 하천을 따라 걸어보니 쾌적합니다.”

21일 대구 수성구 범어천을 찾은 시민들은 “지난해 여름에는 하천이 메마르고 악취도 풍겼는데 이렇게 바뀔 줄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두산오거리∼어린이회관 구간(1.6km)이다. 범어천은 상류에 물이 끊어져 조금만 가물어도 바닥을 드러내곤 했다. 여름이면 주변에서 흘러든 생활하수 등으로 냄새가 심해 민원도 많았다.

지금은 옛날 범어천이 아니다. 하천 퇴적물을 걷어내고 생태탐방길을 만들었다. 인근 수성못에서 하루 3만3000t의 물을 흘려보내 수질도 크게 개선됐다. 하천 구간에 높이 20m의 대구도시철도 3호선 모노레일이 시험 운행을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대구시 관계자는 “모노레일 아래로 흐르는 생태하천을 감상할 수 있어 새로운 관광코스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수성구는 최근 범어천 2구간 공사를 시작했다. 신천시장∼동신교 구간(0.7km) 주변에 낡은 건물을 철거 중이다. 물 흐름을 개선하기 위해 하천 폭을 20m에서 28m로 넓히고 다양한 식물이 어우러진 수변공원도 조성할 계획이다.

대구 도심 하천이 주민 쉼터로 바뀌고 있다. 대구시는 2006년부터 하천을 정비해 깨끗한 샛강으로 복원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대구의 하천은 26개이며 길이는 190km다. 2018년까지 16개를 정비하고 나머지는 이후 추진할 계획이다. 새롭게 바뀐 하천들은 콘크리트 제방을 없애고 모래와 자갈을 깔아 생태계가 살아나고 있다.

달서구 문화회관길 대명천은 대구인쇄출판정보밸리(출판산업단지)의 가치를 높이는 효과를 내고 있다. 오염이 심했던 무지개공원∼남대구골프클럽 구간(300m)도 깨끗해졌다. 수변공원과 산책길이 만들어졌고 웃는얼굴아트센터와 가까워 시민들이 즐겨 찾는다. 달서구는 다음 달부터 100억 원을 들여 전체 구간(3.5km) 정비 사업을 시작한다. 4km가량 떨어진 낙동강 물을 끌어와 하루 2만5000t을 공급할 계획이다. 물고기와 철새가 모이도록 생태복원 사업도 벌인다. 백규현 달서구 하수팀장은 “내년 12월 완공하면 출판산업단지와 성서4차산업단지를 가로지르는 생태하천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구 해안동주민센터∼대구국제공항 앞으로 흐르는 방촌천(4.7km)은 하루 4만 t의 물이 흐르면서 깨끗한 하천으로 바뀌었다. 대구시는 2010년부터 안심하수처리장에서 방촌천까지 송수관로를 깔고 정화된 물을 공급하고 있다. 방촌천은 3년 전만 해도 주택가 오수가 뒤섞이고 주변에 쓰레기가 쌓였지만 지금은 주민들의 휴식·문화 공간이 됐다.

김부섭 대구시 환경녹지국장은 “도심 하천이 살아나면 대구의 도시환경을 쾌적하게 할 뿐 아니라 본류인 금호강과 낙동강 수질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주변 명소와 연결하는 관광자원이 되도록 가꿔 나가겠다”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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