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디찬 죽음 앞에서… 통곡의 안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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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여객선 침몰]애타는 가족들
학생 16명-교사 3명 빈소 마련 “당장에라도 벌떡 일어날것 같은데”

“아까워서 어째…. 소중한 내 새끼 이렇게 보내서 어떻게 하나!”

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 사흘째인 18일 오후 10시 반 경기 안산 고려대병원 장례식장. 101호 안산 단원고 김모 양의 빈소에선 통곡소리가 복도 끝까지 울려왔다. 유족들은 김 양의 사진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실종자들의 추가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서 빈소에선 깊은 슬픔이 더 커졌다.

이날까지 안산 고려대병원, 한사랑병원 등 6개 장례식장에 학생 16명, 교사 3명의 빈소가 마련됐다. 기적을 바랐지만 결국 차가운 주검으로 돌아온 학생들의 영정 앞에서 유가족도, 친구도 오열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 이 세상 떠난 이 영혼 보소서. 영원한 안식 주시어 잠들게 하소서.”

고려대병원의 장모 군(17) 빈소에선 고인의 넋을 위로하는 성가가 울려 퍼졌다. 고인과 같은 성당을 다녔다는 한 시민은 “어머니 없이 할머니 손에서 자랐는데 구김살 없이 밝은 아이였다. 보육원 봉사활동도 빠지지 않을 정도로 착한 아이였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임모 군(17)의 아버지는 “뉴스를 보고 달려갔더니… 신원을 알 수 없는 남학생 시신이 우리 아이였다. 당장에라도 벌떡 일어나 ‘아빠’라고 부를 것 같다”며 흐느꼈다.

고려대병원에는 이날 황모, 장모 군 등 단원고 학생 2명의 시신이 추가로 안치됐다. 유가족들은 “수학여행 간다며 즐거워하던 모습이 마지막이었다니, 아들아, 아들아”라며 통곡했다. 이들을 바라보던 조문객과 친구를 떠나보낸 단원고 학생들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안산 제일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남윤철 교사의 빈소에는 “조의금은 정중히 사양한다”는 문구가 붙어있었다.

교사의 본분을 다하다가 희생된 아들의 뜻을 받들겠다는 부모의 결정 때문이다. 빈소 앞에서 여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선생님”을 외치며 눈물을 흘렸다.

외부 인사들의 행렬도 이어졌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이날 안산시 소재 6개 장례식장을 모두 방문해 유족들을 위로했다. 이 밖에도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과 종교계, 시민단체 관계자들도 조문했다.

이번 사고로 충격을 받은 유족은 강한 불만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 사고학생 유족은 “아이가 바다에서 고통을 받으며 숨이 끊어질 때까지 이 나라와 언론이 한 게 무엇이냐. 이제는 아무도 못 믿겠다”며 울분을 토했다.

한편 여객선에서 구조된 단원고 강모 교감이 실종된 학생들에 대한 자책감에 못 이겨 이날 자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빈소는 충격에 휩싸였다. 유족과 학생들은 “믿을 수 없다. 왜 이런 비극이 계속되는 거냐”며 괴로워했다.

안산=김수연 sykim@donga.com·홍정수 기자
#안산 빈소#진도여객선침몰#세월호#안산 단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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