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무릎인대 뜯고… 건강한 목뼈에 쇠핀 박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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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로 위장 보험금 타려 가짜 수술… 67억 챙긴 병원장 등 40명 구속

2010년 12월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한 척추전문병원 원장 권모 씨(47)가 환자 문모 씨(41)의 무릎에 수술용 메스를 댔다. 권 씨는 이어 문 씨의 멀쩡한 십자인대를 뜯어내고 인조인대를 집어넣었다. 또 다른 환자 서모 씨(38)의 건강한 목뼈 사이에는 쇠핀을 박았다. 후유장애를 인정받으면 보험금을 더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해 멀쩡한 몸에 가짜 수술까지 하다가 적발된 보험전문사기범들의 행태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근로복지공단 전·현직 직원과 권 씨 등 병원 관계자들을 끼고 산업재해로 위장해 근로복지공단과 보험사들로부터 보험금 67억 원을 타낸 일당 150여 명을 검거해 그중 40명을 구속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중 23명은 보험금뿐 아니라 후유연금까지 타내기 위해 허위 수술도 받았다. 일용직 근로자 홍모 씨(50)는 2007년 11월 실제 환자의 자기공명영상(MRI) 사진을 바꿔치기해 제출하고 멀쩡한 허리에 디스크 수술을 받은 뒤 2008년 7월 보험금 1억1100만 원을 받고 장해등급 7급 판정을 받았다. 병원 관계자와 브로커는 건당 2000만∼5000만 원을 수수료로 챙겼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이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업재해로 인정받으면 일반 보험사가 별다른 심사 없이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점을 악용해 일반 보험 10∼20개에 가입했다”며 “산업재해 보험 심사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보험 사기#산업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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