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미 수감중에 성형 덧났는데도… 해결사 검사 ‘병원 박살내겠다’ 협박”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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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현직검사 공갈혐의 첫 구속기소 “나 때문에 연예인 생활 망가졌다”
대출-카드론으로 에이미에 1억 줘

대검찰청 감찰본부(본부장 이준호)는 연예인 에이미(32)의 ‘해결사’ 노릇을 한 춘천지검 소속 전모 검사(37)를 공갈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22일 구속 기소했다. 현직 검사가 공갈 혐의로 구속 기소된 건 처음이다. 감찰본부는 전 검사에 대한 징계 수위도 조만간 결정할 방침이다.

“에이미를 구속시켰던 검사입니다. 내가 다른 병원을 압수수색하게 했는데, 에이미에게 재수술 안 시켜주면 이 병원도 압수수색할 수 있습니다.” 2012년 11월 중순, 전 검사는 서울 강남구의 한 성형외과 병원장 최모 씨(43)에게 전화를 걸었다.

겁을 먹은 최 씨는 바로 에이미에게 재수술을 해줬다. 하지만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자 전 검사는 추가 수술을 요구했다. 최 씨가 난색을 표하자 전 검사는 “이제 원장님과 병원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크게 실수하신 것 같습니다. 각오하세요”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심지어 병원을 직접 찾아가 “압수수색하면 안 나오는 게 없다. 병원 박살 낼 수 있다”는 말까지 했다. 최 씨는 11∼12월 에이미에게 재수술을 세 번 해줬다. 재수술 비용은 총 700만 원 정도였다.

전 검사는 12월 말 최 씨가 프로포폴 불법 투여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의 조사를 앞두고 있다는 것을 빌미로 에이미가 성형수술 부작용 때문에 다른 병원에서 쓴 치료비를 받아내려 했다. 전 검사는 최 씨에게 “주임검사에게 말해서 잘 처리되도록 해 주겠다” “○○○이 이 병원에서 프로포폴을 맞고 얼마 후에 죽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 검사는 지난해 3, 4월, 9번에 걸쳐 최 씨로부터 2250만 원을 받아 에이미에게 전달했다. 이 금액은 실제 에이미가 부작용 치료를 위해 쓴 돈보다 많았다. 더욱이 에이미가 원래 받았던 성형수술에는 문제가 없었고, 에이미가 구속돼 교도소에 수감되면서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덧난 것으로 밝혀졌다.

최 씨는 서울중앙지검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지만 전 검사가 수사 과정에 개입하지는 않은 것으로 감찰본부는 판단했다. 당시 최 씨의 병원은 투여 횟수가 적어 기소되지 않았다. 다만 최 씨는 ‘전 검사가 힘을 써줬다’고 여긴 것으로 알려졌다.

감찰본부는 에이미와 전 검사가 “자주 연락을 주고받는 가까운 사이”라고 밝혔다. 전 검사는 ‘나 때문에 에이미의 연예인 생활이 망가졌다’는 연민을 갖고 있었고, 이전에 수사했던 피의자가 우울증을 겪다 자살한 적이 있어 에이미를 도왔다는 것. 전 검사가 에이미에게 마이너스 통장과 담보대출은 물론이고 카드론까지 이용해 1억 원 정도를 준 사실도 확인됐다.

에이미는 전 검사가 최 씨를 협박한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조사됐다. 감찰본부 관계자는 “전 검사가 남자로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말하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에이미는 22일 오후 전 검사를 면회하러 서울구치소를 찾았다가 취재진이 몰려 있자 면회를 포기하고 돌아갔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에이미#해결사 검사#공갈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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