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공사장(옛 전남도청) 부근 전통시장인 동구 대인시장. 돼지 머릿고기 가게들이 모여 있는 뒷골목에 카페 3곳이 영업을 하고 있다. 외국인이나 타 지역 예술인들이 잠을 잘 수 있는 게스트 하우스도 성업 중이다.
1976년 문을 연 대인시장은 광주 중심상권이 서구 상무지구 등으로 옮겨가면서 쇠락했지만 현재도 323개 점포가 남아있는 큰 시장이다. 쇠퇴하던 대인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 것은 예술가들. 예술인들은 2008년 제7회 광주비엔날레 때부터 시장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당시 박성현 큐레이터가 “예술이 전시장이 아닌 삶의 현장으로 뛰어들어야 한다”며 작가들을 끌어들였다. 이들은 대인시장 빈 점포에 작업·전시실을 꾸몄다. 현재 입주 예술인들은 평균 40여 명 정도. 초기에 활동한 일부 예술인들은 다른 곳에 새 작업공간을 마련해 떠나기도 했지만 신진 예술가들이 시장에 둥지를 틀면서 세대교체를 이루고 있다.
예술인촌이 된 대인시장에 젊은이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상권이 살아나고 있다. 젊은이들을 대인시장으로 이끄는 가장 큰 매력은 매달 두 번째 금요일 밤에 열리는 야시장이다.
11일 광주 동구 대인예술야시장에 들어선 가판 커피전문점. 이 커피 전문점은 대인시장 젊은 작가들이 원두를 직접 갈아 판매한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2011년부터 시작된 대인예술야시장은 지금까지 14차례 열렸다. 처음에는 1000명 정도가 야시장을 찾았지만 최근에는 2000∼3000명이 찾고 있다. 11일 밤 열린 대인예술야시장은 젊은 인파가 꼬리를 물었다. 도예품을 팔고 있던 구민영 씨(32)는 “야시장이 한 달에 한 번밖에 열리지 않아 아쉽다”며 “작품을 시민들에게 더 많이 알릴 수 있도록 야시장이 활성화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장 일부 식당들은 야시장을 겨냥해 밤에 문을 열었다 식당주인 김윤희 씨(62·여)는 “야시장이 열리는 날에는 매상이 크게 오른다”며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야시장이 더 자주 열려야 한다”고 말했다. 젊은이들이 대인시장을 찾는 것은 공예품 장신구 등을 저렴하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각종 공연도 열리고 가판 커피전문점이 있어 거리의 낭만을 느낄 수 있다. 가판 커피전문점은 대인시장 예술인들이 원두커피를 볶아 판매하는 거리 커피숍이다. 대인시장에 젊음, 낭만이 넘치면서 작품을 전시하는 외국인도 늘고 있다. 예술인들은 시민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체험프로그램인 ‘소풍유락’을 운영하고 있다.
대인시장 내 한 평 갤러리에서 다음 달 1일까지 김치타임 전시회가 열린다. 전시회 참여 외국인 작가 5명은 광주에서 원어민 강사로 활동하면서 작품 활동도 한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국내외 예술인들이 늘면서 게스트 하우스를 더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술 이외에 힙합, 고전음악을 하는 예술인들도 둥지를 틀고 있어 상설 공연장 마련도 시급한 실정이다. 남상철 광주문화재단 문화관광팀장은 “대인예술시장은 자생적으로 재래시장에 형성된 예술인촌”이라며 “인근의 아시아문화전당 도약을 위해 대인예술시장 활성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북 최대의 전통시장인 전주 남부시장도 야시장으로 부활을 꿈꾸고 있다. 전주 남부시장은 최근 안전행정부의 전통시장 야시장 운영 시범사업에 선정돼 5억 원을 지원받게 됐다. 이에 따라 야간에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를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해 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을 남부시장으로 끌어들일 계획이다. 전주 남부시장은 4, 5년 전부터 젊은 창업자들이 시장의 버려진 옥상에 카페와 액세서리 수제관광기념품 가게 20여 개를 갖춘 청년몰을 열어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인근 한옥마을이 활성화되면서 5분 거리인 남부시장의 순댓국집이나 콩나물국밥집, 팥죽집 등 전통음식점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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