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초등 1학년에 식판 휘두른 담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6일 03시 00분


학부모들 “밥 빨리 먹었다며 폭행… 평소 ‘미친개’ ‘정신병자’ 폭언도”

3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의 한 초등학교 1학년 최민우(가명·7) 군은 점심을 반에서 가장 빨리 먹었다. 식판에는 밥풀이 여기저기 조금씩 남아 있었다. 최 군은 빨리 놀고 싶은 마음에 식판을 들고 앞으로 나갔다. 담임교사 김모 씨(59·여)는 식판을 내민 최 군에게 “너는 왜 오늘따라 이렇게 일찍 먹고 나왔냐”며 화를 냈다. 원래는 담임교사에게 식판 검사를 받은 뒤 잔반 처리 당번 친구에게 식판을 가져다주게 돼 있는데, 이날은 당번 아이가 아직 자리에서 밥을 먹고 있는 상태였다. 김 교사는 식판을 들여다보더니 밥풀이 여기저기 묻어있자 얇은 알루미늄 식판으로 최 군의 이마를 때렸다. 최 군의 이마는 1cm가량 찢어졌다. 조금만 비켜났으면 눈을 다칠 수도 있는 위치였다.

이날 이 사건은 지난 7개월간 이 학급 학부모들 사이에서 일고 있던 담임교사에 대한 분노를 폭발시키는 계기가 됐다. 학부모들은 김 교사가 아이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아 왔다며 고소한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학부모들은 탄원서에서 김 교사가 1학기 초부터 아이들에게 폭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3월 초에는 학교에 처음 입학해 집에서 하던 버릇대로 교실 바닥에 앉아 있던 김모 군(7)을 “미친 개”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후 ‘미친 개’는 반에서 김 군의 별명이 됐다. 이 외에도 김 교사는 반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으면 “정신병자들” “쓸모없는 인간들” 등 폭언을 일삼았다고 학부모들은 주장했다. 5월 어느 날 체육시간에 준비물인 훌라후프를 가져오지 않은 두 학생이 혼날 게 두려워 다른 친구 것을 잡고 자기 것이라고 대답하자 이 둘에게 강당에서 “나는 도둑입니다”를 3번 외치게 한 뒤 친구들에게도 “앞으로 이 둘은 ‘훌라후프 도둑’이라고 부르라”고 시켰다고 한다.

김 교사는 아직 용변 시간을 조절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참다못해 수업 시간에 손을 들고 화장실을 가겠다고 해도 매섭게 혼을 냈다고 학부모들은 주장했다. 아이들은 눈치를 보다 앉은 자리에서 배변하기도 했다. 학부모 정모 씨(42)는 “담임교사가 수업 시간에 화장실에 가면 앞뒤와 옆자리 친구들까지 혼내겠다고 해서 딸애가 결국 앉은 자리에서 소변을 봤다”며 “바지가 젖은 상태로 놀림감이 되면서 아이가 어떤 기분이었을지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했다. 7월 19일에는 옆 반 친구를 놀렸다는 이유로 최 군을 불러내 발로 차 쓰러뜨린 뒤 머리와 등을 손바닥으로 수차례 때렸다고 학부모들은 주장했다. 담임교사의 폭언과 폭행이 이어지자 아이들은 등교를 하지 않겠다고 아침마다 떼를 썼다고 한다.

김 교사가 최 군을 식판으로 때린 다음 날인 4일 학부모 20여 명이 모여 총회를 열고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학교 측에 항의하자 김 교사는 교감과 함께 공개 사과를 하겠다며 평일 오전 8시 반에 학부모들을 교실로 소집했지만 끝까지 “실수였다”는 입장만 지켰다. 이에 학부모들은 교육청 산하 교육위원회에 상담을 요청하고 23일 수원지검에 김 교사를 고소했다.

김 교사는 24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최 군이) 남은 밥을 국그릇에 제대로 안 모아 왔기에 정리를 다시 하라고 식판을 넘겨준 것뿐이다. 그때 모르고 스쳤나 보다”라고 반박했다. 기존의 폭언 폭행 논란에 관해서는 “그런 적이 없다. 어떻게 교사가 돼서 그런 말을 할 수가 있겠나”라며 부인했다. 경기도교육청이 진상조사에 나섰으나 김 교사가 병가를 내고 며칠째 학교에 나오지 않아 감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교사 폭행#학부모 탄원#식판 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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