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그 많던 ‘압구정 팅커벨’ 다 어디갔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9일 03시 00분


강남구 친환경 찍찍이 방충제 큰 효과

서울 강남의 해외 유명 브랜드 거리를 뒤덮어 혐오감을 주던 ‘압구정 팅커벨’이 사라졌다. 동양하루살이인 이 벌레는 밤마다 상점 유리창과 지하철역 등을 점령해 상인과 손님에게 큰 불편을 끼쳐 왔다.

▶본보 5월 28일자 A13면 압구정동 ‘팅커벨’ 습격 사건


이들의 서식지가 상수원보호구역인 한강변이라 살충제를 쓸 수 없었던 탓이다. 하지만 강남구가 2년여에 걸친 연구 끝에 친환경 재료로 만든 방충제(사진)를 개발해 최근 현장에 살포하자 강남구 일대에서는 자취를 감췄다.

동양하루살이는 유충과 성충의 중간단계인 아성충 단계에서 날개가 완전히 성숙하지 못해 날지 못하고 한강변 녹지대에 모인다. 강남구는 이 점에 착안해 지난달 말 동양하루살이 아성충을 유인하는 딸기, 라벤더, 장미 등에서 추출한 천연 식물성 오일로 접착식 방충제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방충제는 손바닥만 한 것부터 가로 길이가 10m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해당 방충제는 강남권에 출몰하는 팅커벨의 주요 서식지인 성수대교 남단 녹지대 한강변을 따라 500m에 걸쳐 총 1000여 개가 설치됐다. 이달 초 확인한 결과 방충제 한 장당 동양하루살이 아성충 수백∼수천 마리가 붙어 있었다. 방충제의 접착력은 40∼60일간 유지된다.

16일 오후 6시경 다시 찾은 압구정 로데오거리에는 더이상 압구정 팅커벨이 눈에 띄지 않았다. 성충이 되기 전 단계에서 잡아 효과가 큰 것으로 보인다. 상인 김모 씨(37)는 “장마철이 다가오면 더 극성이었는데 어쩐 일인지 요즘은 벌레들이 오지 않는다”며 “이제 저녁에도 문을 열어 놓고 영업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배연재 고려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화학약품으로 동양하루살이의 서식지를 파괴하지 않고 친환경적 방제작업을 통해 해결점을 찾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채널A 영상]네모뉴스/압구정동 ‘팅커벨’ 습격사건
#압구정 팅커벨#하루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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