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국내 最古’ 전주 삼양다방 문닫는다

  • 동아일보

1952년 문 연 어르신 사랑방

국내에서 영업 중인 가장 오래된 다방인 전주 삼양다방(사진)이 62년의 세월을 뒤로하고 이달 말 문을 닫는다. 지난해 경기도의 한 커피박물관이 이 다방을 살리자며 모금운동을 하기도 했고 몇 년 전엔 지역 원로 예술인과 단골들이 모금 전시회를 열기도 했지만 세월의 무게를 이겨낼 수는 없었다. 건물 주인이 바뀌면서 새 주인이 이달 말까지 다방을 빼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1952년 당시 전주시 번화가였던 경원동 홍지서림 옆에 문을 연 뒤 주인은 몇 차례 바뀌었지만 다방 내부 모습은 예전 그대로다. ‘옛날식 소파’와 설탕과 크림이 듬뿍 들어간 커피, 벽면 가득한 그림과 사진, 서예 작품까지 시간이 멈춘 듯 1970, 80년대 다방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벽에 걸려 있는 작품들은 수십 년 전부터 지역 원로 예술인들이 ‘다방전시’를 열면서 기증한 작품들이다.

20여 년 동안 이 다방을 운영해 온 이춘자 씨(63)는 “더 운영하고 싶지만 건물주 사정도 있는 것이니 이제는 힘들 것 같다”면서 “대부분 70, 80대 노인들인 단골손님들을 볼 수 없는 것이 가장 아쉽다”고 문을 닫는 소회를 밝혔다.

이 씨는 “지금은 자판기도 흔하고 한 집 건너 커피전문점이 생겨 손님이 손에 꼽을 정도지만 한때는 종업원 2명을 뒀을 정도로 손님이 많았다”며 “예전에는 애경사를 치르고 나면 사무실에 커피를 돌리는 사람들이 많아 배달 주문이 밀렸다”고 회고했다. 삼양다방의 커피 값은 한 잔에 일반 손님 2000원, 단골 1500원으로 아직도 20년 전 그대로다. 30년 단골인 김모 씨(84)는 “그 많던 다방이 거의 사라지고 그나마 이곳이 나이 든 사람이 갈 수 있는 곳이었는데 이곳마저 사라지니 많이 아쉽다”면서 “세월을 탓할 수 없는 노릇이지만 옛것들이 사라지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전주 삼양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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