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안양… 대전… 지자체 4곳중 1곳이 ‘갈등 활화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4일 03시 00분


■ 가치 갈등서 이익 충돌로… 정부 ‘현재 과제’ 50개 추려 해법 모색

정부 ‘현재 갈등과제’ 50개 추려보니…
정부 ‘현재 갈등과제’ 50개 추려보니…
전국 각 지역이 ‘제2의 밀양 송전탑 건설’ ‘제2의 울산 반구대 암각화’와 같이 극심한 갈등으로 비화될 만한 현안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동아일보가 23일 국무조정실(옛 국무총리실)이 관리하고 있는 ‘현재 갈등과제 50개’의 세부 내용을 분석한 결과 전국 15개 시도에 최소 51곳의 기초자치단체가 각종 갈등 사안에 휘말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의 4분의 1가량이 직접적 갈등에 휩싸여 있는 셈이다.

○ 전국이 ‘갈등 활화산’

수치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혁신도시 이주자 지원’이나 ‘민자고속도로 통행료 인상 추진’같이 특정 지역이 아닌 전국 곳곳에 연계된 갈등도 적지 않아 실제 갈등을 겪는 지자체는 그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갈등과제 50개 중에는 미래창조과학부와 대전시가 협의 중인 과학비즈니스벨트 용지 매입비 분담 문제처럼 중앙정부와 지방 간의 갈등도 있고 서울과 인천이 치열하게 갈등을 빚고 있는 수도권 매립지 사용 연장처럼 지역 간 갈등도 포함돼 있다.

특히 50개 갈등과제 중에는 수년째 갈등이 해결되지 않은 채 이어져 온 ‘고질적인 갈등’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은 노무현 정부 때부터 불거져 온 사안이고 동남권 신공항 건설은 2009년부터 5년 연속 갈등과제에 포함됐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밀양 송전탑 건설과 울산 반구대 암각화 문제도 각각 2011년, 2009년부터 국무조정실이 갈등 관리과제로 선정해 온 해묵은 갈등과제들이다.

그런 과제들이 이제 와서 폭발한 것을 두고 정부의 갈등 관리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해묵은 갈등 중에는 동남권 신공항 건설이나 새만금 매립지 행정구역 획정과 같이 ‘선호 시설은 우리 고장에 유치해야 한다’는 ‘핌비(PIMBY)’ 갈등보다는 교도소나 군부대, 사격장, 댐이나 화력발전소 등 ‘우리 지역에 혐오시설은 안 된다’는 이른바 ‘님비(NIMBY)’ 갈등이 훨씬 많았다. 그만큼 해당 지자체와 주민들의 반대가 클 수밖에 없다.

○ 가치 갈등에서 이익 갈등으로

국무조정실이 올해 선정한 박근혜정부 갈등관리과제는 69개(현재갈등과제 50개, 잠재갈등과제 19개)로 이명박정부 시절 갈등관리과제(매년 100여 개)보다 다소 줄었다.

국무조정실의 분석에 따르면 갈등관리과제 중 환경이나 이념 같은 가치를 둘러싼 갈등은 15건에 불과했다. 지역이나 계층 이익을 둘러싼 갈등이 54건으로 78.2%를 차지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가치에서 시작된 갈등도 결국은 그 지역의 댐과 같은 개발과 맞물려 있어 이익갈등의 측면이 크다”며 “요즘 벌어지는 갈등 대부분이 이익갈등이고 모두가 지역과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

현재갈등과제 50개 중 국방부와 국토교통부와 관련된 갈등이 각각 12개, 11개로 전체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국방부가 관련된 갈등은 주로 군부대 비행장 사격장 활주로 등 혐오시설의 이전이나 보상과 관련된 지역과의 갈등이고, 국토부가 관련된 갈등은 4대강 사업,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동남권 신공항 건설, 문정댐 건설 같은 개발과 관련된 지역과의 갈등이다. 법무부가 관리하는 갈등과제는 강원 원주, 경남 창원, 전북 전주, 경기 안양 교도소 이전을 둘러싼 해당 지자체와의 갈등이 전부다.

전국 갈등지도를 그려보면 전국 광역시도 대부분이 갈등에 휩싸여 있다. 갈등의 주체도 기초자치단체 간의 갈등, 광역자치단체 간의 갈등, 정부와 지자체, 지자체 내에서도 주민 간의 갈등 등 다양하다.

○ 지역갈등 압축판, 안양교도소 이전 갈등

15년째 법무부와 안양시가 벌이고 있는 안양교도소 이전을 둘러싼 갈등은 새로운 지역갈등 양상과 해결 과정의 고충을 함축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1963년 건립된 안양교도소는 1999년 구조안전진단 실시 결과 전체 89개동 중 44개동의 안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오면서 이전이냐 신축이냐의 논란이 시작됐다.

주민들의 이전 주장에도 안양시의회와 법무부는 2006년 재건축을 추진하기로 하고 2010년 7월 재건축 설계까지 확정했다. 그러나 2011년 교도소 외곽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고 출마한 최대호 안양시장이 선출된 후 이전 논의에 불이 붙었다. 법무부의 재건축 협의에 안양시가 응하지 않자 국무총리실 행정협의조정위원회는 지난해 1월 재건축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안양시는 응하지 않았다. 최 시장이 재건축 조정 협의를 이행하지 않자 법무부는 행정소송을 냈고 수원지법은 올해 1월 법무부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안양시는 여전히 항소 준비를 하며 맞서고 있다.

교도소 같은 혐오시설의 경우 이전이 거론되는 순간 해당 지역뿐 아니라 이전 대상 지역 주민들도 갈등의 당사자가 된다. 안양교도소 이전 움직임에 인근 지역인 광명시와 화성시는 불똥이 튈까 긴장하고 있다.

올해 1월 인천해역방어사령부 부대 이전지로 송도 신항이 최적합지라는 인천시의 용역 중간평가가 나온 후 해당 지역 주민의 반대도 거세다.

정부와 지자체 간 갈등 조정이 안 될 경우 공식 갈등조정기구인 국무총리실 산하 행정협의조정위원회가 조정하지만 강제성이 없어 지자체가 조정 결과에 불응하는 경우가 많다. 안양교도소 사례처럼 선거 등과 맞물려 상황이 꼬일 때가 허다하다. 결국 사법적 판단으로 갈등을 해결할 수밖에 없다. 시간적 비용적 낭비가 큰 것은 물론이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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