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꺼! 반칙운전]‘통학車 참변’ 한달만에 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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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서 3세 여자아이… 어린이집 차에 치여 숨져
인솔교사 “돌멩이 걸린듯”… 내려보니 뒷바퀴에 아이 깔려

어린이집 통학차량에 또 어린이가 깔려 숨졌다. 경남 창원시에서 7세 초등학생이 학원 차량의 문에 옷이 끼여 끌려가다 숨진 지 꼭 한 달 만이다. 이번에는 어린이집에 다닌 지 한 달도 안 된 세 살 어린이가 안전불감증의 희생양이 됐다.

26일 오전 9시경 충북 청주시 흥덕구 산남동 청주엘리트 어린이집 앞 왕복 2차로에서 원생 김모 양(3)이 25인승 어린이집 통학버스 왼쪽 뒷바퀴에 깔렸다. ‘쿵’ 하는 소리가 나자 차 안에 타고 있던 인솔교사 김모 씨(30·여)는 “돌멩이에 걸린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운전사 정모 씨(56)가 확인해 보니 김 양은 머리가 피투성이가 된 채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김 양은 곧바로 인근 충북대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이미 숨진 뒤였다. 정 씨는 경찰 조사에서 “첫 번째 아이들을 내려 주고 두 번째 운행을 나가다가 사고가 났다”며 “출발 전에 왼쪽 사이드미러를 확인했는데 김 양이 보이지 않아 출발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인솔교사와 함께 어린이 15명을 내리게 했으며, 어린이집 정문까지는 인솔교사가 데려다 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정문까지 갔던 아이가 금세 3∼4m 떨어진 차량 옆으로 되돌아왔다는 식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고 보고 운전사와 인솔교사의 관리 소홀 여부를 조사 중이다. 지난해 11월 청주시에서 초등학교 1학년 여학생이 음악학원 차량 문짝에 옷이 끼인 채 끌려가다 바퀴에 치여 숨졌을 때 운전사는 “차에서 내려 학생이 집에 가는 걸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운전사는 차에서 내리지 않고 학생이 내리자마자 차를 몬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버스는 어린이집이 관광회사에서 1년간 임차한 것으로 안전발판과 경광등 등 안전장비를 갖추지 않아 어린이 보호 차량으로 신고되지 않았다.

청주 청남경찰서는 운전사 정 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창원 사고 직후 학원 차량이 안전수칙을 위반하면 폐업시킬 수 있게 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처리되지 않는 사이 어린이가 죽는 참사가 이어지고 있다.

청주=장기우 기자·서동일 기자 straw825@donga.com

[채널A 영상]학원 차 문틈에 옷 끼여 그만…
#통학차량#청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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