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쾌속과 과속 사이… 洪지사 도정 100일 ‘아슬아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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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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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훈 사회부 기자
강정훈 사회부 기자
“정신이 없다. 현기증이 날 정도다.”

경남도의 한 간부는 홍준표 도지사 취임 100일을 맞아 “무엇이든 단박에 해치우려는 성격이어서 보좌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대학교수와 도의원, 시민단체 관계자 등 20여 명에게 ‘홍준표 도정 100일’을 물어본 결과도 비슷했다. “역대 도지사들이 몇 년 걸려 할 일을 3개월여 만에 해치운 느낌”이라거나 “쿠데타에 가깝다”고 입을 모았다.

먼저 괜찮았던 점. 행정학 박사인 강모 교수는 “청렴도 향상을 위한 노력과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은 부분이 좋았다”고 평가했다. 공기업 간부 P 씨도 “부패청산과 공직자 비리 엄단 의지가 돋보였다”며 후한 점수를 줬다. 시민단체 대표 S 씨는 부패 척결 의지를 높이 사면서 “출자출연 기관장 인사에서 도민 의견을 듣는 것도 의미 있는 시도다. 기왕이면 조례를 만들어 검증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놨다.

새누리당 심규환 도의원은 “도정 전반의 문제점을 잘 파악하고 대응한 부분, 특히 재정상황에 대한 발 빠른 대처가 눈에 띈다”고 말했다. ‘홍 반장’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그의 추진력은 모두 인정했다. 민주당 명희진 도의원은 “양날의 칼이긴 하지만 강한 추진력에 눈길이 간다”고 말했다. 전직 공무원은 “조직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도록 한 것은 역대 도지사들과 분명 다른 점”이라고 분석했다. 정장수 공보특보는 “‘균형발전’과 ‘재정 건전성 확보’라는 도정의 큰 틀을 잡았고, 앞으로는 충실하게 내용을 채워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혹평들. 기업 대표 김모 씨는 “말이 너무 앞선다. 국회의원과 도지사는 다르다. 언행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심 의원도 “매사에 즉흥적인 느낌이 든다. 도지사가 너무 앞서서 일일이 지시하는 행태도 고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 교수 역시 “독선적인 정책결정이 최대 흠결”이라고 강조했다. 명 의원도 “의욕과잉과 불통은 충돌을 부른다”며 도민, 도의회, 행정조직 내부의 소통 강화를 당부했다. ‘품격’을 거론하는 여론주도층도 있었다.

공약과 관련해 말을 바꿨다는 비판도 나왔다. 경남도청을 마산으로 옮기겠다고 약속해놓고 “창원시 청사 문제가 결론이 나면 검토하겠다”고 하는 것은 마산주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는 지적이 있다. 도유재산 매각에 대해서도 즉흥적이거나 도지사 개인 판단에 의존한다는 시선이 여전했다.

진주의료원 폐업 문제에는 찬반이 엇갈렸다. 심 의원은 “역대 도지사들이 ‘폭탄 돌리기’만 했던 것을 정면 돌파하려는 의지는 좋으나 폐업이라는 결론을 먼저 내리고 밀어붙이려 해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한 공공기관 간부는 “의료원 폐업 방침은 상식 밖의 결정으로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주지역 의료시설이 과잉이라면 거창이나 함양 등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국회 움직임을 봐가며 좀 더 고민해도 늦지 않다”고 했다. 다만 강 교수는 “고질적인 문제에 손을 댄 것은 잘한 일이다. 의료원은 정리를 하고 기존 건물은 노인요양원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인사에 관해서도 질책이 많았다. 과거엔 특보를 1, 2명 일시적으로 두거나 아예 두지 않았다. 홍 지사는 정책, 공보, 중소기업특보 등 3명에다 정무보좌역까지 임용했다. 강 교수는 “무리한 정실인사는 도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준다. 출자출연기관장 상당수는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전직 공무원 H 씨는 “진중한 움직임 속에 미래 성장 동력을 찾아내 330만 도민의 행복한 미래를 엮어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속도를 중시하는 난폭운전보다는 예측 및 지속 가능한 ‘정속주행’을 해 달라는 부탁이 대세였다.

강정훈 사회부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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