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산업단지 등 전남지역의 위험물질 사용량이 전국에서 가장 많지만 안전의식이나 재난안전 관리체계가 허술해 자칫 ‘화약고’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근로자 6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친 여수산단 대림산업 저장탱크 폭발사고는 전형적으로 안전불감증이 낳은 인재(人災)여서 우려가 점차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 안전불감증이 낳은 인재
전남도와 여수시에 따르면 1967년 호남정유공장이 지어진 이후 여수산단에는 현재 220개 기업이 가동 중이다. 여수산단이 조성된 이후 46년간 크고 작은 사고 280건이 발생해 110명이 사망했다. 사고 10건 중 6건은 안전불감증이 빚은 참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설에 대한 안전관리에 비용과 인력이 투입되고 있지만 운영과 안전의식 측면에서는 여전히 소홀해 각종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대림산업 고밀도 폴리에틸렌 저장탱크 폭발사고도 전형적인 안전의식 소홀로 인한 인재였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전남 여수경찰서는 18일 대림산업 폭발사고 안전관리 소홀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서울 대림산업 본사, 대전 대림산업 연구소, 여수 대림산업 공장과 공사를 진행한 하도급 업체 유한기술 등 관련업체 6곳을 압수 수색했다. 경찰은 다음 달 초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대림산업 폭발사고 원인을 공식 통보하기 전에 사고 증거를 사전에 확보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했다.
경찰은 저장탱크 용접작업이 공식적인 승인 없이 진행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폭발사고 당시 저장탱크 하단부에서는 용접작업이 진행됐다. 작업 허가권을 가진 대림산업은 사고 발생 전 작업허가서 작성 당시 용접을 승인하지 않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작업허가서는 작업이 시작될 때에 가연성 가스, 질소 제거 등 안전관리에 필요한 항목을 확인해 기록하는 것이다. 경찰은 어떻게 작업허가 없이 용접작업이 이뤄졌는지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또 근로자들이 “폭발 직전 저장탱크와 배관이 출렁일 정도로 탱크 안에 가스가 남아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경찰은 폭발이 저장탱크 내 잔류가스가 남아 있었거나 출입문을 만드는 과정에서 탱크 내벽에 붙은 폴리에틸렌 가루 덩어리로 열기가 전달되면서 용암처럼 끓어올라 가스를 분출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1차 폭발 원인은 가스, 2차 폭발 원인은 분진이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저장탱크 내 가스·분진 제거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공사기간 단축을 위해 작업을 강행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 종합방제센터 설치 필요
경찰 관계자는 “대림산업 폭발사고 인재 정황이 확인되고 있는 만큼 대림산업, 유한기술 등 공사 관계자들의 사법처리가 불가피할 것 같다”고 말했다. 폭발사고 공사책임자 처벌 못지않게 여수산단에서 일어나는 각종 재해에 대비할 수 있도록 종합방재센터 설치나 환경감독권 일원화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편 폭발사고로 숨진 근로자 6명의 유족들과 대림산업 측은 1인당 보상금 5억3000여만 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해 19일 오전 장례를 치를 예정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