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꺼! 반칙운전]반칙운전이 앗아간 신문배달원의 꿈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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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지만 노모 모시던 40대
배달 마치고 횡단보도 건너다 신호무시 외제차에 치여 사망

가난했지만 노모를 모시며 사는 걸 행복으로 여기던 오모 씨(48)의 꿈은 횡단보도에서 사라졌다. 반칙운전은 녹색 신호에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까지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2일 오전 6시 20분경 신문배달원 오 씨는 동료 김모 씨와 광주 서구 쌍촌동 왕복 8차로 도로의 횡단보도를 건넜다. 배달을 마치고 인근 해장국집으로 아침을 먹으러 가던 길이었다. 녹색 신호가 들어와 횡단보도 3분의 1 지점을 통과할 때 검은색 승용차가 빠르게 다가왔다.

‘꽝…’, 피할 틈도 없이 승용차에 들이받혀 몸은 허공에 떴다. 오 씨는 피를 흘리며 나뒹굴었지만 승용차는 그대로 달아났다. 오 씨는 병원에서 숨졌다. 오 씨는 어머니를 부양하며 사는 평범한 가장이었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현장에서 3cm 크기의 헤드라이트 발광다이오드(LED) 파편 여섯 조각을 발견했다. 경찰은 사고 차종이 BMW 승용차라는 것을 파악하고 광주시내에 등록된 118대를 탐문했다.

경찰이 2일 오후 3시 BMW 520D 소유자인 구모 씨(28·회사원)의 집을 찾아가 “차가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구 씨는 “어머니가 몰고 나갔다.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경찰은 확실한 물증이 없어 일단 물러섰다. 수사망이 좁혀진 걸 눈치 챈 구 씨는 경찰이 다녀간 뒤인 2일 오후 5시 20분 자수했다. 구 씨는 월급 대부분을 차량 할부금으로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 씨는 2011년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경력도 확인됐다. 4일 구 씨를 불구속 입건한 경찰은 추가 조사를 벌여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13일에는 광주 북구 동림동에서 만취한 치과의사가 몰던 S350 벤츠가 신호대기 중이던 마티즈 차량을 들이받아 운전자 최모 씨(55·여)가 숨졌다. 최 씨는 밤늦게까지 가게 주방일을 하며 두 자녀를 키운 성실한 여성 가장이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반칙운전#신문배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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