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파공작원 2000년대 초까지 운용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일 03시 00분


훈련 후유증 정신분열 30대… 유공자 인정 소송서 드러나

최소한 2000년대 초까지 북파공작원이 운용돼온 사실이 확인됐다. 혹독한 훈련 때문에 정신분열증을 앓게 됐는데도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한 전 북파공작원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내면서 이 같은 사실이 알려졌다.

수원지법 행정2단독 왕정옥 판사는 28일 김모 씨(36)가 자신을 국가유공자로 인정하지 않은 보훈지청의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김 씨의 손을 들어줬다. 왕 판사는 판결문을 통해 “김 씨가 입대하기 전엔 정신병력이 없었고 고통스러운 북파공작원 훈련으로 정신질환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김 씨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1997년 4월부터 2001년 6월까지 강원도에 있는 한 특수부대에서 동료 24명과 함께 북파공작원 훈련을 받았다. 매일 12km 달리기, 특수무술, 잠복호 구축, 수류탄 투척, 사격, 폭파, 공수훈련을 해야 했다. 요인 납치를 위한 해상 수영, 모스 부호 수신, 휴전선 침투 훈련도 받았다. 고참들은 매일 때렸고 훈련을 거부하면 목만 내놓고 땅에 묻거나 물고문을 반복했다. 한겨울 계곡 얼음물에 3시간 동안 빠져 있어야 하는 훈련 도중 동료가 숨지는 것을 목격한 뒤 김 씨는 차츰 정신분열 증상을 보였다. 2001년 6월 제대했지만 ‘50개월 근무하면 1억 원 이상 돈을 주고 국가기관에서 일하게 해준다’는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그를 받아주는 곳도 없었다.

마땅한 직업을 구하지 못해 생계를 이어가기 힘들었던 김 씨는 결국 2011년 수원보훈지청을 상대로 국가유공자 등록 신청을 냈다. 하지만 정신분열증이 공무수행 중 발생한 질환으로 인정되지 않아 등록을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다. 변호인 측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고통받고 있는 북파공작원들이 국가의 도움을 받게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수원=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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