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경제인 범죄행위 엄벌’ 의지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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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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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회장 법정구속 안팎

법정 출두하는 崔회장 최태원 SK㈜ 회장이 31일 오후 1시 반경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해 고개를 숙인 채 재판을 받으러 가고 있다. 최 회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날 최 회장은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법정 출두하는 崔회장 최태원 SK㈜ 회장이 31일 오후 1시 반경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해 고개를 숙인 채 재판을 받으러 가고 있다. 최 회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날 최 회장은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 재판장의 선고를 듣던 최태원 SK㈜ 회장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깊은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원범)가 최 회장에게 징역 4년과 함께 법정구속을 선고하자 무죄를 선고받은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도 두 손으로 앞에 놓인 책상을 짚고 한동안 허리를 숙인 채 고개를 들지 못했다. 최 회장은 상기된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전화기를 꺼내 누군가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교도관들과 함께 구속 피고인 통로 쪽으로 걸어갔다. 그는 2003년 2월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으로 구속된 지 10년 만에 다시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함께 기소된 김준홍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도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으며 장진원 SK 전무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최 회장 형제의 혐의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최 회장은 창업투자회사인 베넥스인베스트먼트 김준홍 대표와 공모해 베넥스 법인계좌에 보관 중이던 SK텔레콤의 370억 원, SK C&C의 95억 원 등 펀드출자용 선지급금 465억 원을 횡령해 SK해운 고문을 지낸 김원홍 씨(중국 체류)에게 송금한 혐의가 모두 인정됐다. 성과급을 과다 지급한 뒤 돌려받는 방식으로 139억5000만 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혐의는 증거가 부족한 데다 최 회장이 개인적으로 사용한 금액이 1억 원 정도에 그쳤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다.

최 회장 측은 “펀드출자용 자금을 사용하도록 해달라고 회사 측에 요청한 사람은 최 부회장”이라며 32차례에 걸친 재판에서 일관되게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펀드가 결성되기 전인 2008년 10월 이틀에 걸쳐 1000억 원대의 선지급이 일사불란하게 이뤄진 뒤 같은 해 10∼11월에 450여억 원이 빠져나간 점을 고려하면 최 회장이 모든 일을 주도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 1년간의 공판에서 검찰과 변호인단이 가장 치열하게 다툰 쟁점은 최 회장이 김원홍 씨에게 펀드 투자금을 보내라는 지시를 직접 했는지였다. 계열사에서 투자된 펀드 자금이 순수한 투자금이었는지, 김원홍 씨에게 보내기 위해 빼돌린 회삿돈이었는지를 가려야 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최 회장이 펀드를 운용하던 김준홍 대표에게 ‘돈이 필요하면 빨리 받아가라’는 말을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그러나 “최 회장이 김원홍 씨에게 돈을 보내라고 지시했다”는 명시적인 진술은 없었다. 검찰 조사를 받은 SK 임원들이 그러한 의혹을 뒷받침하는 간접 진술을 했을 뿐이다. 그러나 법원은 검찰 수사의 진정성을 신뢰한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대법원의 양형기준에 따라 객관적으로 판결했다고 밝혔다. 이원범 부장판사는 “양형기준의 권고형량 범위인 징역 4∼7년 중 가장 낮은 양형인 징역 4년을 선고했다”며 “유출한 자금을 7, 8개월 내에 개인 재산으로 보전할 의사가 있었고, 실제로 펀드를 모두 원래 상태로 회복시킨 점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르면 300억 원 이상 횡령·배임 범죄의 기본형량은 징역 5∼8년이지만, 피해가 회복된 경우는 징역 4∼7년으로 낮출 수 있도록 했다.

강경석·전지성 기자 coolup@donga.com
#SK#최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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