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불산누출 합동감식…“경황없어 신고 못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29일 09시 55분


코멘트

경찰 CCTV 분석결과, 숨진 박씨 28일 04시40분 당시 방독면만 쓰고 방제복 안 입어
부상자 4명 1~10% 화상 입어 한강성심병원에 재입원…정밀검사

경찰이 29일 5명의 사상자를 낸 삼성전자 불산 누출사고 합동감식에 착수했다.

사고 당시 CCTV 분석결과 이번 숨진 박모 씨(34)는 불산탱크룸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찍힌 28일 오전 4시40분 당시 방제복을 입지 않고 방독면만 착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시간대별 상황이 파악 안돼 작업과정을 비롯해 안전장구 착용여부는 계속 분석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화성동부서 형사과장 등 4개팀, 경기경찰청 형사과 등 20명으로 수사전담반을 꾸려 이날 0시부터 6시간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협력업체 STI서비스 대표와 안전관리책임자, 인사담당자 등 3명을 불러 기초조사를 한 뒤 오후 2차 조사를 벌였다.

이들은 "현장 처리에 급급해 경황이 없어 신고를 못했다. 하지만 작업은 합법적으로 이뤄져 잘못이 없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유해화학물질인 불산 보관 및 관련 작업일지, 사고 현장 내부 CCTV 등을 확보해 불산 탱크, 배관의 유지 관리, 위·수탁 관계 등을 분석해 사고 원인과 경위를 확인하고 있다.

경찰은 오후 화성동부서 브리핑을 통해 사건 발생시간 등에 대해 설명했지만 관련자들의 진술 거부로 주변 관계자 상대로 경위를 파악한 것이라 정확하지 않다고 선을 그어 혼란을 부채질했다.

유관기관의 종합적인 분석결과가 나오고 사고 관련자들을 직접 조사해야 정확한 경위를 파악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STI서비스 대표 등 관계자 조사와 함께 부상자 4명이 재입원해 있는 한강성심병원에서 방문조사를 벌일 예정이었으나 진술 거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또 화성사업장 소방대원들도 참고인 조사를 위해 출석을 요구했으나 응하지 않았다.

불산 배관 밸브교체 작업 후 불산 가스에 노출된 작업자 4명은 28일 낮 12시50분 아주대병원 응급실에서 검사를 받고 퇴원했다가 정밀검사 및 치료를 위해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2동 한강성심병원에 다시 입원한 상태다.

이 가운데 1명은 얼굴과 발 등에 전신 2도(1~10%) 화상을 입었고, 서모 씨(56) 등 2명은 이 보다 경미한 화상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병원 측은 부상자들에 대해 칼슘젤을 도포하는 응급처치를 하고 혈중 칼슘수치 등을 수시로 확인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숨진 박 씨 유가족은 박 씨가 방제복을 입지 않았다는 삼성전자 발표를 믿기 어렵다며 사실 규명을 촉구, 국립과학수사원에 부검을 의뢰함에 따라 30일 오전 8시20분에 부검이 진행될 예정이다.

국과수와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 소방서, 경찰 등 30여명으로 구성된 합동감식반은 오전 10시30분부터 2시간 현장 감식을 벌였다.

합동감식반은 생산 11라인의 화학물질을 공급하는 CCSS(Central Chemical Supply System·중앙화학물질공급시스템) 건물 1층에서 불산 보관 여부, 배관 노후 상태 등을 확인했다.

수사전담반 관계자는 "누출사고를 일으킨 문제의 밸브는 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했다"며 "최초 이상 징후를 발견하고 수리작업 전까지 누출 부위를 비닐봉지로 감쌌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이 비닐봉지를 증거물로 확보했는지는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