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동서남북]대구경제의 길 보여준 ‘화합-성장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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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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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효 대구경북본부장
이권효 대구경북본부장
모셰 샤론 ㈜대구텍 대표(65)가 계명대에서 최근 명예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런 학위는 기업인에게 종종 있었지만 대구텍의 성장과 샤론 대표의 역할은 눈여겨볼 점이 있다. 대구시가 기업 하기 좋은 대구를 위해 적극 활용할 만한 ‘스토리’가 보인다.

이스라엘 출신의 샤론 대표는 2001년 대구텍 대표로 부임해 지금까지 이 회사를 이끌고 있다. 60년 전통의 대구텍은 몇 차례 경영권이 바뀌다 1998년 이스라엘의 금속가공기업인 IMC그룹이 인수했다. 2006년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투자하면서 관심을 모았다. 2003∼2006년은 이 회사가 극심한 노사 분규에 휩싸인 시기였다. 연매출도 300억 원 정도에 불과했다.

버핏 회장은 평소 “성장 가능성이 있으면 투자한다”고 밝혀왔다. 평범한 말처럼 들리지만 대구텍에도 적중했다. 지금 대구텍 직원 1230여 명은 노사가 한마음으로 회사를 경영해 연매출 5000억 원인 세계적인 절삭공구(금속재료를 깎아 가공하는 공구) 기업으로 성장했다.

버핏 회장은 골치 아픈 노사 분규 사업장이던 대구텍의 어디에서 성장 가능성을 찾아내고 투자를 결정했을까. 샤론 대표의 리더십에 주목하지 않았다면 IMC의 자회사라도 관심을 갖기 어려웠을 것이다.

샤론 대표는 노사 분규에 지칠 대로 지친 직원들에게 끊임없이 다가가 설득하고 비전을 제시했다. 직원들도 처음에는 고개를 갸웃했으나 그의 진정성에 마음을 조금씩 열었다. 회사 분위기는 ‘될 대로 돼라’에서 ‘힘을 모아 해보자’로 180도 바뀌었다. 노사 문제를 비롯해 한국 생활이 꽤 낯설었을 그가 노사 화합을 이뤄내 대구가 자랑하는 세계적 기업으로 끌어올린 노력과 성과는 결코 예사롭지 않다.

샤론 대표는 자신의 경영 철학과 삶의 자세를 ‘후츠파’라고 밝힌 적이 있다. 후츠파는 이스라엘의 벤처 창업과 투자 유치가 세계에서 가장 활발해지도록 만든 정신적 가치로 널리 알려진 말인데 ‘관행을 깨고 끈질기게 목표를 추구하는 당돌한 태도’ 정도의 뜻이다.

이런 후츠파는 대구를 “변화를 꺼리고 활력이 떨어지는 도시”라고 생각하는 부정적 인식을 바꾸는 획기적인 에너지가 될 수 있다. 대구텍과 샤론 대표의 사례가 이를 증명해 더욱 좋다. 대구에서 기업을 하면 모두 이렇게 될 수 있다는 정신적 가치는 과학산업단지와 테크노폴리스, 의료복합산업단지 등 대구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대형 사업 못지않게 중요하다. 대구의 옛 이름인 ‘달구벌’의 ‘달(達)’은 ‘막힘없이 트이다’ ‘거리낌 없다’는 뜻이므로 후츠파와 닮은 점이 있다. 대구시가 샤론 대표의 대구텍을 계기로 후츠파 같은 정신적 가치를 만들어 내면 대구 경제를 위한 창조적 재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권효 대구경북본부장 boriam@donga.com
#모셰 샤론#㈜대구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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