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도주비로 1만2000원 쓴 1000원 강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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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노숙인대상 범행후 귀가… 잠자는 부모 깨워 택시비 지불

3일 0시 10분경 광주 광산구의 한 아파트. 양모 씨(23·무직)가 집에서 나와 자전거를 탔다. 그는 1시간 동안 자전거를 몰아 12km 떨어진 광주 서구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양 씨는 터미널 내에서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노숙인 정모 씨(57)를 발견한 뒤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1시간 반 정도 쫓아다녔다. 양 씨는 정 씨가 화장실에 들어가자 하루 전에 구입한 흉기로 정 씨의 옆구리를 4차례 정도 찔렀다. 옷이 두꺼워 흉기가 부러지자 정 씨의 주머니에 든 소주병을 빼앗아 3차례 폭행했다.

정 씨가 저항하지 못할 상황이 되자 양 씨는 정 씨의 바지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빼내 달아났다. 그런데 지갑에는 고작 1000원짜리 한 장이 들어 있었다. 피 묻은 옷과 마스크는 골목에 버렸다. 그는 잡힐까봐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갔다. 잠자고 있던 부모를 깨워 택시비 1만2000원을 받아 지불했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10일 노숙인 정 씨를 흉기로 찌르고 현금 1000원을 빼앗아 달아난 양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터미널 내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해 양 씨를 검거했다. 양 씨는 경찰에서 “가출비용을 마련하려고 했는데 정 씨가 노숙인인 줄 미처 몰랐다”고 말했다. 양 씨는 빼앗은 1000원으로 과자를 사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노숙인#도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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