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나무가 간직한 사연 들어보실래요?

  • 동아일보

전남, 78그루 이야기 책으로
달마 얼굴 닮은 옹이… 맺어지지 못한 연인의 한…

전남 강진군 군동면 화산리 화방마을 입구에는 수령이 500년 정도 된 느티나무가 있다. 보호수로 지정된 이 나무에는 달마대사 얼굴처럼 생긴 옹이가 있다. 강진군은 이 느티나무가 10여 년 전 외과 수술을 받은 뒤 달마대사 얼굴 모양의 옹이가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 관광객이나 무속인들은 달마대사 얼굴 모양의 옹이를 만지며 소원을 빌기 위해 이 나무를 찾고 있다.

전남 고흥군 점암면 천학리에 있는 연리목도 보호수다. 이 나무는 드물게 느티나무와 팽이나무가 붙은 연리목이다. 연리목은 두 나무가 가까이 자라면서 줄기가 맞닿아 한 줄기로 합쳐진 것을 말한다. 연리목은 남녀의 지극한 사랑에 비유돼 사랑나무로 불리기도 한다. 천학리 주민들은 느티나무가 남편이며 팽이나무가 아내라고 믿고 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두 남녀가 좋아했는데 맺어지지 못하고 죽은 뒤 나무가 돼 연을 맺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전남도는 내년 초 전남지역 보호수 3914그루 중 78그루에 얽힌 이야기를 담은 책자인 ‘남도가 품어온 나무 이야기’를 발간할 예정이다. 전남지역 보호수 3914그루 중 70%는 느티나무다. 목포를 제외한 21개 시군에 보호수가 있다.

전남도는 8월부터 10월까지 현지답사나 주민들의 고증, 문헌조사를 통해 가장 잘생긴 미인(미남) 나무, 문화유산 나무, 달마대사상 옹이나무, 연리목 등에 대한 이야기를 조사했다. 책에는 아이를 점지해 주거나 한 해 농사가 잘되기를 비는 등 소박한 염원을 들어주는 나무 이야기도 담겨 있다.

전남도는 앞으로 남도가 품어온 산림문화 자산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산림휴양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박화식 전남도 산림산업과장은 “보호수를 보전, 관리하고 산림문화 자산에 대한 가치와 인식을 새롭게 조명하기 위해 책자를 발간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전남#보호수#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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