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시비 휘말린 美입양 신생아… 불안한 앞날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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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과정 韓美 실정법 위반… 美서 양육권 취소 등 2건 재판복지부도 “국내 송환해야”… 판결 결과에 따라 운명 갈려

생후 6개월 된 여아가 불법으로 해외에 입양돼 송사에 휘말리는 처지가 됐다.

1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미국인 A 씨 부부는 6월 28일 경남 통영에서 생후 19일 된 아이를 받아 미국 시카고로 향했다. 아이 어머니 B 씨는 미혼 모자 공동생활시설에서 거주하는 20대 미혼모.

B 씨는 출산 무렵 공동생활시설 시설장에게 입양을 부탁했고, 시설장은 지인을 통해 미국 시카고의 A 씨 부부를 찾아냈다. B 씨는 친권을 포기한다는 각서를 쓰고 A 씨 부부에게 아이를 넘겼다. A 씨는 지난달 13일 미 일리노이 주 법원으로부터 양육권을 인정받았다.

A 씨는 주 법원에 양육권을 신청하면서 아이에 대한 비자를 신청했다. 아이의 시민권이 없으니 비자를 발급받아야 미국 내 체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미 국토안보부는 A 씨가 ‘입양을 통한 이민 비자(IR3)’를 받지 않고 비자면제프로그램(VWP)으로 아이를 입국시킨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졌다.

국토안보부는 지난달 8일 주한 미국대사관을 통해 보건복지부에 입양 절차가 적법했는지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미 정부가 해외 입양과 관련해 한국 정부에 검토를 요청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복지부는 ‘불법 해외 입양’이라는 조사 결과를 미국에 통보했다.

국내 입양 관련 법에 따르면 보호자가 없거나 친권을 포기한 만 18세 미만의 ‘요보호 아동’은 허가된 입양기관이나 가정법원의 판결을 통해서만 해외 입양이 가능하다. 복지부 관계자는 “아이의 친모가 썼던 각서는 법률적으로 효력이 있는 양식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 정부는 지난달 19일 아이를 A 씨 부부에게서 격리했다. A 씨는 이에 반발해 다음 날 시카고 연방법원에 국토안보부를 상대로 아동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복지부는 아이를 한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나섰다. 11월 27일과 29일 열린 미 연방법원 1, 2차 심리에서 “입양법 위반이니 입양이 무효”라는 의견을 제출했다. 이달 열린 3차 심리에는 복지부 직원이 직접 출석했다. 미 일리노이 주 법원에는 A 씨에 대한 양육권 취소 소송도 제기했다. 또 A 씨를 미성년자 약취 유인 등의 혐의로, 입양을 중개한 미혼 모자 공동생활시설의 시설장을 입양 관련 법 위반 혐의로 한국 검찰에 고발했다.

연방법원은 2차 심리 후 소송이 끝날 때까지 A 씨를 임시 후견인으로 지정했다. 현재 아이는 A 씨가 데리고 산다. 아이의 거취는 아직까지 불투명하다. 미 연방법원의 판결 결과에 따라 달라진다. 연방법원이 A 씨의 손을 들어주면 주 법원에 신청한 양육권 취소 소송의 결과까지 기다려야 한다. 복지부는 “미국 정부와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 아이를 데려오면 국내 입양을 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입양#양육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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