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완도군 보길도 예송리 갯돌해변(위 사진)이 14일 발생한 화재로 짙은 회색으로 변했다. 완도군 제공
15일 전남 완도군 보길도 예송리 갯돌(검은 자갈)해변. 1.4km 길이 해변 가운데 700m가량에 전날 발생한 화재로 녹아버린 양식장 폐자재 플라스틱이 스며들었다. 파도에 닿으면 반짝이는 검은색을 띠던 갯돌이 짙은 회색으로 변했다. 예송리 갯돌은 환경단체인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에서 1999년 풀꽃상을 줄 만큼 아름다운 풍광과 생명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굴착기가 화재 불씨를 제거하기 위해 갯돌 해변을 마구 파헤쳐 폭격을 맞은 분위기였다. 주민 김모 씨(62)는 “8월 말 태풍 볼라벤으로 바다에 있던 전복 가두리 양식장이 모두 갯돌해변으로 밀려왔는데 2개월가량 방치하다 불이 났다”면서 “잠 한숨 자지 못하고 불길이 확산되는 것을 막았는데 아름답던 해변이 큰 피해를 봤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예송리 상록수림(천연기념물 40호)과 더불어 보길도의 자랑이던 갯돌해변 절반 정도가 화마에 생명력을 잃어버렸다.
전남 완도소방서에 따르면 예송리 화재는 14일 오후 2시 반경 발생했다. 예송리 갯돌해변의 80% 이상을 덮고 있던 양식장 폐자재 더미 중간지점에서 화재가 시작됐다. 전복 가두리 양식장은 스티로폼이나 고무, 섬유강화플라스틱(FRP) 재질로 이뤄져 있어 순식간에 대형 화재로 번졌다. 주민들과 소방대원들은 10시간 정도 사활을 건 진화작업을 벌여 화재를 진압했다. 그나마 바람이 바다 쪽으로 불어 해안선 800m(폭 30m)에 자라던 상록수 숲(98종)으로 불길이 크게 번지지 않았다. 40년생 소나무 20그루 정도가 불에 탔다. 주택 2채가 반소되고 국립공원관리공단이 관리하던 화장실이 전소됐다. 소방당국은 1억1000만 원 정도의 재산 피해가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0시간 넘게 지속된 불로 플라스틱이 녹아든 예송리 갯돌은 가치를 계산할 수 없어 정확한 피해 집계마저 하지 못하고 있다. 완도소방서 관계자는 “갯돌해변 700m 구간에 양식장 폐자재가 녹으면서 생긴 플라스틱이 최고 2m 깊이로 스며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완도군은 16일 대형 굴착기를 투입해 갯돌에 얼마만큼 많은 플라스틱이 녹아들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지질학 전문가들도 ‘플라스틱’이 녹아든 갯돌해변의 복원 가능 여부나 복원 시기 등에 대해서는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전승수 전남대 지질환경과학부 교수는 “예송리 갯돌해변은 전국에서 몇 곳 남아있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고 자연보전 상태가 좋았던 곳”이라며 “플라스틱이 녹아 든 갯돌은 사람 손으로 일일이 제거해야 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완도군 관계자는 “태풍 볼라벤 피해가 워낙 커 시설물 철거부터 하다 보니 일부 사업이 지연됐다”며 “예송리 갯돌의 정확한 피해 상황을 확인해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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