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현장 지휘엔 K7 안돼, 체어맨 타야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3일 03시 00분


소방방재청장 관용차 두고 6년 전부터 리스… 1억원 써

소방방재청이 고급 청장 관용차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재난현장 지휘용 특수차’라는 명목으로 또 다른 고급 승용차를 구입해 청장용 관용차로 사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강기윤 의원(새누리당)은 12일 천안 중앙소방학교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소방방재청장이 관용차로 그랜저XG(2010년 4월 K7으로 교체)가 있음에도 2006년부터 재난현장 지휘용 특수차량으로 체어맨을 임차해 2대의 관용차를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45개 중앙행정기관 중 2대의 기관장 전용차량을 운영하는 곳은 방재청이 유일하다.

방재청은 2006년 ‘재난현장 지휘용 특수차량 배정·확보계획’을 통해 체어맨을 임차했다. 이 계획에서 방재청은 “호남·서해안 폭설 등 재난현장의 지휘 및 효율적인 긴급복구 지원을 위해 위성통신 원격화상회의 현장지휘 등이 가능한 지휘용 특수차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기동성과 장비 부착을 위한 실내공간을 감안할 때 (지휘용 특수차량은) 대형 승용차로 배정해야 한다”고 명기했다.

하지만 강 의원은 “고급 대형 승용차가 폭설 화재 등 재난현장 지휘용 특수차량으로 적합하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재난사고 지휘에는 도로나 기상 상황에 덜 구애받는 지프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더 타당하다는 것.

방재청은 “재난 시 위성통신 원격화상회의 현장지휘 등이 가능한 지휘용 특수차량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구입 동기를 밝혔지만 현재 이 차에는 차량용 무전기와 경광등만 비치돼 있다. 또 공식 관용차로 보유 중인 K7은 배기량 2700cc로 체어맨 2800cc와 배기량 및 실내공간 등에서 큰 차이가 없다. 방재청은 2006년 체어맨 구입 시 부착했던 노트북, 이동식 프린터, 위성전화 등을 2년 뒤인 2008년 차량용 무전기만 남기고 대부분 떼어 냈다.

방재청이 체어맨 임차를 위해 6년 동안 쓴 돈은 1억1680여만 원. 2010년 구입한 K7이 2년간 1만8800km를 달린 데 반해 올 4월 30일 새로 임차계약을 한 체어맨은 6개월간 1만3900km를 운행했다. 방재청 관계자는 “청장은 평소 체어맨을 타고 다니고 K7은 외빈 접대용 등으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국감에 출석한 이기환 청장은 “바로 시정하겠다”고 밝혔다.

박진우 기자 pjw@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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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방재청#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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