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민둥산을 숲으로 바꾼 ‘父子의 꿈’… 代이은 숲 조성 정에드워드 씨

  • 동아일보

“200년 갈 유산 남기고파” 농업박람회서 임업분야 대상

전남 보성군 겸백면 수남리. 339ha(약 102만 평) 넓은 야산에 아름드리 편백나무, 참나무, 고로쇠나무, 느티나무 등이 울창하게 자라고 있다. 특히 피톤치드 산림욕을 즐길 수 있는 편백나무가 70ha(약 21만 평)나 된다.

이 숲은 정 에드워드 씨(61·영농조합법인 윤제림 대표·사진)가 아버지의 조림사업을 이어받아 조성한 것이다. 단일 숲으로 전국에서 손꼽히는 규모다. 이 숲에는 나무에서 소득을 창출하려는 독림가 부자의 대를 잇는 꿈이 담겨있다.

정 씨의 아버지 정상환 씨(1989년 작고)는 1969년 벌거벗은 민둥산에 편백나무 등을 처음 심었다. 정 씨가 대학 1학년일 때 아버지가 조림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아버지와 함께 민둥산에 처음 나무를 심었던 것을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정 씨는 대학을 졸업한 뒤 대기업에 취업해 미국 등에서 일했다. 어릴 때 이름이 정은조이고 에드워드는 천주교 세례명이다. 정 씨는 아버지가 작고한 뒤 무역업을 하며 산림을 관리하다 1997년경 결국 귀향했다. 그는 조림사업을 하는 상당수 독림가들이 당장 소득을 낼 수 없는 점이 문제라고 보고 기간별로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정 씨는 단기 소득 작목으로 산다래나 베리류의 일종인 블랙초코베리를 재배했다. 중기(10년) 소득 작목으로 조경수인 금목서, 은목서, 홍가시나무 등을 심었다. 장기 소득 작목으로는 40년 이상 키워야 하는 편백나무 등을 조림하고 있다. 편백나무 숲을 치유의 숲으로 만들어 사람들이 즐겨 찾는 산림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산에서 소득을 창출해 그 소득이 다시 조림사업에 투자되는 산림복합경영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정 씨는 숲 10ha에 10여 종의 조경수를 심고 임도 17km를 냈다. 숲 가꾸기 사업(200ha)이나 참나무 우량종자 15년간 공급, 연간 800여 명의 고용창출 등으로 산림경영의 성공적인 모델이 되고 있다. 정 씨는 5일 2012 국제농업박람회 개막식에서 임업분야 전남도 농업인 대상을 받았다.

정 씨는 “후세들에게 100∼200년 가는 산림유산을 남기고 싶다”며 “베이비붐 세대들이 산으로 귀촌할 수 있는 성공모델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수남리#피톤치드 산림욕#정 에드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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