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신진우]“날 처벌하면 역풍” 법치주의 부인하는 곽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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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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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우 교육복지부 기자
신진우 교육복지부 기자
운명의 날이 다가오는데도 그는 예정된 일정을 소화했다. 걱정하는 지인에게는 오히려 “목에 가시가 걸린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대법원 판결을 하루 앞둔 26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서 진행자에게 쉴 틈을 거의 주지 않고 말을 했다. 인터뷰 말미에는 “대법원이 순수하게 법리를 따르지 않고 이번 건을 법적인 처벌 대상으로 보면 역풍이 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루 전에도 같은 방송에 나와 목소리를 높였다. “선진국은 물론이고 금권선거가 판치는 저개발국에도 없는 ‘사후매수죄’라는 엉터리 법이 한국에만 있다.”

서울시교육청 곽노현 교육감 얘기다. 그는 27일 오전 10시 대법원 1호 법정에서 진행될 확정 판결을 앞두고 있다. 2010년 교육감 선거에서 상대 후보에 대한 사후매수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판결이 확정되면 그는 교육감직을 상실한다. 보전 받았던 선거 비용 35억2000만 원도 반환해야 한다.

말 그대로 그의 운명은 ‘바람 앞 등불’ 신세다.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는 상황이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방법이 틀렸다. “진실이 이긴다”는 말을 반복하기보다는 차분하게 기다리는 게 보기에 좋지 않을까.

법조계 관계자는 “판결이 나오기 전에 재판부를 상대로 자신이 처벌되면 국제적 웃음거리가 된다고 했다. 이는 법치주의를 모독하는 행위”라며 불쾌해했다. 다른 법조계 관계자 역시 “재판부 판단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더 나아가 재판 전에 스스로 법 기준을 세우는 행위가 법을 공부한 사람의 상식으론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육청 내부에서조차 “선고 며칠 전 동안만이라도 자중했으면 좋았을 것”이란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곽 교육감은 후보자 매수 혐의로 구속 기소돼 4개월가량 수감된 경험이 있다. 그의 측근에 따르면 출소 직후 교육감은 “관에 들어갔다 온 기분”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고 한다.

대법원 앞은 벌써부터 그를 지지하는 세력과 반대하는 세력이 뒤엉켜 시끌벅적하다. 이럴 때일수록 곽 교육감이 진중한 자세를 보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정치적 논란의 대상이 되기 전에, 강단에서 법정신을 가르쳤던 법학자였고 수도 서울의 교육을 책임졌던 수장(首長)이라서 더욱 그렇다.

신진우 교육복지부 기자 niceshin@donga.com
#곽노현#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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