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선생님은 팟캐스트 DJ!]안태일 중산고 교사-우치갑 퇴계원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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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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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와 때론 동료교사와 ‘팟캐스트’로 소통합니다”

안태일 경기 중산고 일반사회교사(왼쪽)와 우치갑 경기 퇴계원중 수석교사는 인터넷 라디오방송인 팟캐스트로 동료 교사 및 학생들과 소통한다.
안태일 경기 중산고 일반사회교사(왼쪽)와 우치갑 경기 퇴계원중 수석교사는 인터넷 라디오방송인 팟캐스트로 동료 교사 및 학생들과 소통한다.
“2012년 9월 5일 수요일 수업이 끝난 오후 5시에 하는 방송! 오늘의 방송 콘셉트는 ‘반장 부반장 바뀌었어요 및 떨어졌어요’ 특집입니다.”

5일 경기 중산고 남자교사 휴게실. 안태일 교사(일반사회)가 라디오 DJ 못지않은 진행 솜씨를 뽐내며 인터넷 라디오방송인 팟캐스트의 녹음을 시작했다. 그는 스마트폰으로 녹음한 음성 파일을 라디오방송용으로 올린다.

안 교사의 ‘게스트’로 출연한 인물은 안 교사가 담임으로 있는 2학년 7반의 지난 1학기 부반장과 이번 2학기에 새로 선출된 반장, 부반장. 이날 방송에서는 앞으로 반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를 두고 안 교사와 학생들이 대화를 나눴다. 결국 “학생들의 리더십을 길러주기 위해 조를 만들어 각 조장을 선출한 뒤 조별 토론활동을 해보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교사와 학생 간 소통이 단절되고 마음의 벽이 높이 쌓여가는 요즘, 인터넷 라디오 방송을 이용해 제자 혹은 동료교사들과 아름답고 효과적인 소통을 하는 교사들이 있어 화제다.

○ 우리 반 선생님은 ‘팟캐스트 DJ’

안 교사는 반 학생들과의 소통법을 모색하던 중 ‘일방적으로 아이들에게 훈계만 하지 않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대화를 나눌 순 없을까?’라는 생각을 떠올렸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팟캐스트.

“학생과 마주앉아서 면담을 하면 서로 어색합니다. 그러나 방송에서 출연자를 인터뷰하는 것처럼 존댓말로 학생들에게 한마디씩 던지면 학생들이 어려워하지 않고 이야기를 해요. 민감한 집안 문제나 담배를 피우게 된 과정까지도요.” (안 교사)

안 교사의 ‘1318 감성통신문’ 방송은 자신과 학생들뿐 아니라 학생들 간에도 서로를 이해하게 만드는 소중한 매개체 역할을 했다.

이 학교 2학년 김우연 양(17)은 “표정이 좋지 않고 왠지 불량해 보여서 쉽게 다가가지 못하던 반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나온 방송을 듣고 재미있고 평범한 친구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안 교사는 “방송을 하면서 변한 건 아이들이라기보다는 바로 나 자신”이라고 말했다. 학생들과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대화내용을 방송으로 공유하다 보니, 학생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고 또 어떤 행동을 왜 하는지를 이해하면서 화를 내지 않게 되었다는 것.

이 학교 2학년 이주형 군(17)은 “‘수업시간 떠든 친구’ 특집방송이 있었다. 다른 선생님 같으면 학생을 혼내고 말았을 텐데, 선생님은 그 친구들과 방송을 하면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함께 해결책을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 ‘나는 수석교사다’

경기 퇴계원중 우치갑 교사는 올해 3월 수석교사가 된 후 팟캐스트 ‘나는 수석교사다’를 시작했다. 이 방송은 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제작하는 3분 내외의 영상. 첫 방송의 주제는 ‘선생님도 변해야 한다’였다.

이 영상에서는 “선생님, 눈이 너무 무서워요” “(선생님) 인사 좀 받아주세요” “(선생님이 누군가를) 칭찬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요” “무표정하게 수업하지 마시고, 웃는 모습으로 하세요”와 같은 학생들의 바람을 담은 글귀가 펼쳐졌다. 영상의 마지막에는 우 교사의 제안이 등장했다.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떠든다’는 관점을 ‘수업이 지루한 걸까?’로, ‘(학생들이) 왜 수업시간에 집중하지 못할까?’란 관점을 ‘(수업이) 재미없는 걸까?’로 바꾸자”고 말이다.

반응은 뜨거웠다. 2주 동안 동영상 시청 횟수는 1500회를 넘었다. 방송을 본 다른 학교의 수석교사는 “동영상을 보고 너무 감동했다”며 “교사 연수자료로 사용하고 싶다”는 e메일을 보내오기도 했다.

“수석교사가 하는 일은 교사들이 좋은 수업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초중고 교사들 모두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팟캐스트를 시작했습니다.”(우 교사)

우 교사는 ‘학습 목표 정말 중요해요’ ‘선생님의 긍정적인 말은?’ ‘좋은 수업이란?’ 등의 주제로 영상을 만들기도 했다.

우 교사는 방송 주제를 정한 후 자료를 수집하고 영상 스크립트를 작성하고 동영상 제작을 하기까지 1인 3역을 한다. 집 화장실에서도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곧바로 책상에 앉아 대본을 작성했다. 마지막 작업은 배경음악 넣기. 배경음악도 주제와 잘 어울리는 곡으로 선정해야 해서 쉽지가 않다. 배경음악을 찾느라 이틀 내내 이런저런 음악을 들은 적도 있다.

우 교사는 “방송을 본 교사라면 누구나 ‘저건 내 이야기인데’라는 공감을 갖게 하는 방송을 만들려고 한다”면서 “하나의 장면이나 짧은 문구로 교사들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 고민한다”고 말했다.

이영신 기자 ly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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