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대전시장의 2010년 지방선거 공약 중에 ‘와인 페스티벌’이 있다. “대전에서 생뚱맞게 웬 와인축제냐”는 반응도 많았다. 하지만 ‘푸드&와인 페스티벌’로 바뀌면서 비판은 조금 누그러졌다.
축제의 성공 요소는 소재의 선점이니, 콘텐츠만 충실하면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 세계적인 축제로 성장한 충남 보령 머드축제 소재인 머드(mud·갯벌)는 보령에만 있는 게 아니다. 전남 함평 나비축제의 나비 역시 함평에만 서식할 리 없다. 어찌 보면 내세울 만한 음식이 없고 즐길거리도 부족한 대전의 현실을 고려할 때 고육책이라도 그 발상에 점수를 줄 만하다.
하지만 첫 행사(10월 12∼15일)를 앞두고 몇 가지 걱정스러운 징후가 있다. 이번 축제의 성공을 위해선 사전에 시민 공감대를 형성했어야 했다는 지적을 포함해 몇 가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우선 축제 준비가 공무원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전은 ‘푸드와 와인의 불모지’로 불린다. 따라서 제대로 된 축제 콘텐츠를 구성하려면 전문가들의 조언이 절실하다. 축제를 위한 전문위원과 추진위원을 위촉해 놓고도 제대로 한 번 모으지도 않았다. “결과가 어떻든 시장님 공약이니 일단 행사만 치르면 된다”는 생각이 아니길 기대한다.
둘째는 행사 내용이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번 축제 역시 ‘100억 원짜리 실패작’이라 불리는 5월 대전 세계조리사대회처럼 ‘잡화점’ 형태로 꾸며지는 양상이다. 이런 원인 역시 처음부터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데 있다.
이번 축제에서는 아름답기로 소문난 엑스포다리도 활용된다고 한다. 호주 멜버른에서 1000명이 한데 모여 식사하는 ‘세계에서 가장 긴 점심’ 이벤트가 명물이 됐듯이 국내 최초로 다리 위에서 펼쳐지는 맛과 멋의 향연이 시도된다.
과학, 효(孝), 온천을 주제로 한 축제에 이어 이제는 대전에서도 제대로 된 먹을거리 축제가 만들어지도록 탄탄하게 준비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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