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으로 가자]<4>휴양림 오토캠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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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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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하나 나하나, 별둘 나둘…” 어느새 아이들 마음도 헤아리네

강원 정선군 정선읍의 가리왕산 휴양림 오토캠핑장. 쥐똥나무 울타리로 각 사이트의 사생활을 보호해 주는 것이 특징이다. 정선=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강원 정선군 정선읍의 가리왕산 휴양림 오토캠핑장. 쥐똥나무 울타리로 각 사이트의 사생활을 보호해 주는 것이 특징이다. 정선=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인천의 한 금융기관에 근무한다는 김재식 씨(38)는 1년 전부터 오토캠핑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바쁜 직장 생활이지만 가족과 함께 벌써 20번가량 캠핑 장비를 싣고 전국을 누볐다.

지난달 8일 오전 강원 정선군 정선읍 회동리 가리왕산휴양림 오토캠핑장. 그곳에서 만난 김 씨는 아내와 초등학교 5, 6학년인 자녀와 함께였다. “가리왕산은 전부터 꼭 한번 오고 싶었어요. 주변 계곡과 산을 트레킹하면서 삼림욕을 즐기기에 제격이에요. 무엇보다 안락한 분위기가 참 좋아요.”

동국여지승람에는 ‘정선에서 바라보는 하늘이란 마치 깊은 우물에 비치는 하늘만큼이나 좁다’는 말이 있다. 정선의 가파른 산세와 울창한 숲을 이르는 말이다. 1561m의 가리왕산이 꼭 그랬다. 휴양림에서 올려다 보니 높은 산봉우리들 때문에 하늘이 손바닥처럼 작아 보였다. ‘안락하다’는 느낌은 심산유곡에서 세상사를 잠시나마 잊어볼 수 있다는 안도감에서 나온 것은 아닐까.

김 씨는 “오토캠핑장 가운데서도 휴양림의 캠핑장은 비용이 저렴할 뿐 아니라 울창한 숲을 만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산림청이 운영하는 휴양림의 오토캠핑장 대여료는 전기사용료(2000원)를 합쳐 1만1000원 선이다. 웬만한 방을 빌리는 데 성수기가 아니더라도 5만 원가량이 드는 것을 감안하면 저렴한 비용이다.

휴양림은 울창한 숲 덕분에 피톤치드를 만끽할 수 있어 그만이다. 피톤치드는 식물이 만들어내는 살균성 물질로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는 것 이외에도 말초 혈관을 단련시키고 심폐 기능을 강화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돼 있다. 산이 깊고 오래된 나무가 많아 덕유산 휴양림을 자주 이용한다는 오토캠핑 10년 차의 서병기 씨(48·건축업·충남 부여군 석성면)는 “모닥불을 피워 놓고 가족과 눈을 마주치며 평소 나누지 못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오토캠핑의 백미”라며 “아이들은 주변 다른 캠프의 아이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면서 사회성을 배운다”고 말했다.

휴양림은 대부분 국내 100대 명산 자락에 위치해 숲이 제공하는 깨끗한 물과 맑은 공기, 수려한 계곡을 함께 제공해 준다. 이 덕분에 오토캠핑의 최적지로 꼽힌다. 일반 야영장에 비해 고도가 상대적으로 높아 여름에도 시원하다. 산림청 관계자는 “휴양림 오토캠핑장은 깊은 산속의 조용한 곳에 있어 밤이면 별들을 더 잘 헤아릴 수 있다”고 말했다.

가리왕산 휴양림 관리사무소의 정상수 팀장은 “자동차가 숲 깊이 들어가면 자연을 훼손할 수 있다. 따라서 숲 초입에 캠핑장을 마련하는 등 공공의 자원을 지키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림청이 운영하는 36곳의 휴양림 가운데 12곳에 오토캠핑장이 있다. 이들 캠핑장은 오토캠퍼를 수용할 234개의 사이트를 갖추고 있다. 이 가운데 경북 봉화군의 청옥산휴양림은 109개 사이트를 가진, 최대 오토캠핑장이다. 산림청은 청옥산휴양림과 희리산해송휴양림(충남 서천군), 삼봉휴양림(강원 홍천군), 중미산휴양림(경기 양평군), 덕유산자연휴양림(전북 무주군), 청태산휴양림(강원 횡성군) 등 6곳을 오토캠핑 명소로 추천했다. 이 밖에 20개 사이트를 갖춘 가리왕산 오토캠핑장은 각 사이트를 쥐똥나무의 울타리로 차단해 캠핑 공간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휴양림의 오토캠핑장을 이용하면 산림청이 고용한 숲 해설가의 숲 해설을 들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장승과 솟대 나무목걸이 만들기 등 목공예 체험, 영화 관람, 숲속 음악회 등을 즐길 수 있다. 서경덕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장은 “많은 사람이 국립자연휴양림을 찾아 숲의 경관은 물론 축제와 이벤트를 통해 일상의 스트레스와 피로를 한 번에 날려버릴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선=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오토캠핑#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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