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컨, 라디오 등에 사용되는 건전지는 가격에 따른 성능 차이가 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일부 제품은 성능 차이가 거의 없는데도 가격은 최대 8배 이상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한국소비자원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의뢰를 받아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AA’형 건전지 12개 제품의 가격과 성능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가격 편차에 비해 성능 차이는 작은 것으로 밝혀졌다. 성능 조사는 전자 제품의 에너지 소비량에 따라 저율방전, 중율방전, 고율방전으로 나눠 진행됐다.
시험 결과에 따르면 에너지 소비가 작은 리모컨이나 디지털 도어록 등 ‘저율방전’ 제품의 경우 비싼 건전지를 써도 성능에는 차이가 거의 없었다. 사용 가능 전기용량은 가장 값이 싼 ‘테스코 파워하이테크’ 건전지(300원)가 2203mAh였고 가장 비싼 ‘에너자이저 얼티메이트 리튬’(2725원)은 3205mAh였다. 가격 차는 8배가 넘는 반면 전기용량 차는 0.45배에 불과한 것이다. 소비자원이 가격 대비 성능을 채점한 결과 테스코 건전지를 100점으로 봤을 때 에너자이저 제품은 16점에 그쳤다.
다만 카메라 플래시 같은 고율방전 때는 비싼 제품일수록 성능이 우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로케트 파워’(887.5원)는 용량이 400mAh에 그친 반면 ‘에너자이저 얼티메이트 리튬’은 3000mAh에 달했다. 성능 차이가 6.5배나 되는 셈이다. 가격 대비 성능 면에서는 테스코 제품(가격 300원·용량 833mAh)이 가장 우수했지만 용량이 낮아 건전지를 자주 갈아줘야 한다는 점은 단점으로 지적됐다.
조경록 소비자원 팀장은 “저율방전에서는 성능 차이가 크지 않으므로 가격을 우선 고려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고율방전에서는 건전지 교체주기를 생각해 가격 외에 성능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즉 리모컨, 라디오 등 에너지 소모가 작은 전자 제품에는 값이 싼 건전지를 사용해도 무방하지만 에너지 소모가 큰 제품을 쓸 때는 상대적으로 비싼 제품을 쓰는 게 유리하다는 뜻이다. 특히 전동 장난감, 디지털 카메라 등 에너지 소모가 크면서도 사용빈도가 높은 제품은 1회용 건전지보다는 2차 전지(충전지)를 쓰는 게 바람직하다고 소비자원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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