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아닌 타인은 모두 적으로 규정”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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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파일러가 본 ‘묻지마 범죄자’

동아일보는 23일 ‘묻지마 범죄자’들을 전문적으로 상담해온 경찰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요원) 3명에게서 범죄자들의 특징을 들어봤다.

○ 11년차 프로파일러 C 경감

이들은 경찰에 잡히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일반 범죄자는 범행이 적발되지 않도록 사전에 철저히 준비하고 범행 후 최대한 증거를 인멸하지만 이들은 다르다. 잡히면 범행을 순순히 시인하고 법정에서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는 범행 계획까지 다 털어놓기도 한다. 얼마나 무거운 처벌을 받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자신의 분노가 얼마나 깊었는지를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사회 문제에 대한 평소 주장을 펼치면서 ‘사회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도 공통적이다. 양극화 문제 등 일리 있는 대목도 적지 않지만 자기만의 편협한 세계에서 해법을 찾으려 하니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이다.

○ 8년차 프로파일러 A 경위

묻지마 범죄의 동기는 사회에 대한 누적된 분노다. 그 분노가 자기 안으로 향하면 우울증을 유발해 자살에 이르기도 하지만 밖으로 분출되면 불특정 다수를 향한 공격이 된다. 자살과 타살의 경계에 있는 것이다. 이들은 사회가 자신을 망쳤기 때문에 자기 외에 다른 사회 구성원들을 그런 결과에 일조한 ‘적’으로 본다.

○ 6년차 프로파일러 B 경사

이들은 불우한 가정에서 성장하면서 가치관이 왜곡돼 대인관계에 좌절한 경험이 많다. 신뢰관계 형성이 안 되다 보니 집에 틀어박혀 외톨이로 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실직이나 실연 같은 힘든 상황에 놓이면 주변 사람과의 감정적 교류를 통해 상황을 극복하기보다 사회 탓, 남 탓을 하며 주체할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 자살을 고민하다가도 ‘나 혼자 죽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거리로 나선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프로파일러#묻지마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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