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글생글 서빙하던 사장이 내 딸 죽인 악마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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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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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자살한 서산 피자 아르바이트생 부모의 한숨

피자가게 사장에게 성폭행과 협박을 당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대생의 아버지 이원구 씨(오른쪽)와 어머니 김미숙 씨가 22일 오후 그동안 겪은 고통을 토로하고 있다. 서산=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피자가게 사장에게 성폭행과 협박을 당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대생의 아버지 이원구 씨(오른쪽)와 어머니 김미숙 씨가 22일 오후 그동안 겪은 고통을 토로하고 있다. 서산=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딸의 자살 기미도 눈치채지 못한 게 어미랍니까. 우리 애는 자존심이 강해 친구들 사이에서 억울한 일이 있으면 사소한 일이라도 밝히는 성격이었어요. 지나고 보니 집을 나가던 날 표정이 어두웠어요. 한 시간씩 먹던 밥도 빨리 먹고 몸치장하는 시간도 평소보다 빨랐어요. 그런데 어미라는 게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어요.”

충남 서산시 피자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고용주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10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대생 이모 씨(23)의 아버지 이원구 씨(53)와 어머니 김미숙 씨(49)는 기자 앞에서 고개를 거의 들지 못했다. 죄를 지어서가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고 싶지 않은 듯 방바닥만 바라봤다.

22일 밤 서산시 음암면 자택에서 만난 이 씨 부부는 “처음 경찰에서 오라고 했을 때 이상한 느낌에 가슴이 철렁했다. 유서를 내미는데 ‘왜 그러냐’고 되물었다”며 “유서를 보니 ‘피자 개새끼’라는 표현이 있었다. 너무 깜짝 놀라 ‘이게 무슨 내용이냐’며 몇 번이나 되묻다 읽어 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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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는 “딸은 어린이집, 커피집, 아이스크림가게 등의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봤다. 피자집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나서 나도 세 번 가봤다. 그 집 피자도 먹었다”고 했다.

“사장은 당시 서빙을 하고 있었어요. 생글생글 웃어가면서 접시를 가져다 줬어요. 인상이 좋은 악마라는 걸, 탈을 쓴 늑대라는 것도 모르고…. 거기서 음식을 먹었으니 정말….”

이 씨는 “딸은 지난해 7월 장마철에 중장비 기사인 내가 허리 디스크로 일을 못하자 휴학해서 자격증을 따겠다고 했다. 그러면 나중에 취직을 해도 더 좋다며 경험을 쌓는다고 휴학했다”며 눈물을 참았다.

“딸은 졸업하면 미술학원에 취직해서 가정방문 학습지 교사를 하려고 했어요. 정말 겁도 많고 파리채도 제대로 치지 못하는 아이였어요.”

이 씨 부부는 딸의 장례를 치른 13일 피의자 안모 씨가 운영하는 피자가게를 부쉈다.

“제가 다 부쉈어요. 법이 참 우습더라고요. 6개월이면 감옥 다 살고 나온다는 거예요. 짐승만도 못한 놈이 운영하는 가게가 계속 영업하게 할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이 씨 부부는 2남 1녀를 뒀지만 큰아들을 7년 전 사고로 잃고 이번에 딸마저 잃어 7세짜리 늦둥이 아들만 남았다.

“꼬맹이(막내아들)의 심적 충격이 커서 심리치료를 두 번이나 했고 다음 주부터 병원에 다녀야 해요.” 부부는 땅이 무너지듯 깊은 한숨만 내쉬었다.

서산=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서산 피자 아르바이트생#성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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