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나의 NIE]신문을 읽다보면 복잡한 재판의 실마리가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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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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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범 법무법인 ‘혜민’ 변호사

지금도 여전하지만 옛날에도 고등학생은 가장 빨리 집을 나서고 늦게 들어오는 게 흔한 일이었다. 학창 시절, 잠이 덜 깬 눈을 비비며 일어나면 문 앞에 툭, 신문 던지는 소리가 들려오곤 했다. 자전거 딸랑이 소리가 조용한 공기를 가르고 귓가를 울리는 느낌은 피곤함 대신 활력을 돋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그렇게 어린 시절부터 신문과 함께 시작한 일상은 성인이 된 지금도 계속된다. 어쩌면 습관이 됐다는 말이 더 어울리겠다.

불과 100년 전만 해도 사회의 모든 이슈를 하나의 종이로 받아 보는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지금은 아주 작은 시간만 투자한다면 신문에서 많은 내용을 얻고 배울 수 있다. 국내뿐만이 아니다. 지구촌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한눈에 확인이 가능하다. 매일 쏟아지는 새로운 정보까지 알 수 있다. 어느 특정 사안에 대한 여론의 동향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필자는 법률적인 분쟁을 다루는 사람이다. 사회현상에 관심을 가질 직업적인 필요가 있다. 범죄에 연루된 사람을 변호하는 경우 여론 동향은 매우 중요하다. 내가 변호를 맡은 범죄와 비슷한 사건이 여론의 관심을 받으면 상황에 따라 아주 유리하게, 혹은 아주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매일 발생하는 사건과 이에 대한 국민의 여론 및 정서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실제로 형사사건을 변호하면 당사자에게서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법률과 판례 등에 근거하여 법률적 구성을 한다. 다음에는 신문자료를 통해 유사한 사건에 관한 기사를 확인한다. 여기서 재판에 유리한 실마리를 찾거나 입증 방법에 도움이 되는 힌트를 얻기도 한다. 실제로 몇 년 전 마약 사건 피고인을 변호하는 과정에서 동남아의 마약사건을 다룬 신문기사가 많은 도움이 됐다.

직업적인 부분이 아니더라도 신문은 자기 계발에 유용하다. 정치 경제 국제 스포츠 생활 등 모든 분야의 정보를 전문가들이 취사선택해 담는다. 신문을 통해 실생활에 필요한 정보는 물론이고 다양하고 폭넓은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만약 어느 특정 분야의 지식을 습득해 전문가가 되고자 한다면 관련 분야의 신문기사를 읽는 일부터 시작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얼마 전, 경제 공부를 좀 해볼까 하고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가 지인의 충고로 경제 관련 기사를 읽기 시작했다. 신문기사의 내용이 곧 요즘의 사회적 관심사이니 실질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경제 관련 개념도 자주 나와 쉽게 익숙해졌다.

신문은 나를 넓혀 가는 장(場)이기도 하다. 신문에는 다양한 계층과 이해집단의 의견이 오피니언면에 정리돼 나온다. 다양한 계층과 분야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내용이다. 이런 글을 꼼꼼히 읽다 보면 내게 다양하고 폭넓은 이해의 폭이 생긴다.

법이든 사소한 개인 간의 다툼이든 모든 갈등의 근본 원인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곳에서 시작된다. 이런 점에서 신문이 던지는 메시지는 크다. 네모난 종이 안에 각자가 자신의 주장을 표출하고 정보를 서로 얻고 배운다. 다툼으로 번질 소지가 있는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는 긍정적인 기능을 어느 정도 하는 셈이다.

내일은 조금 일찍 일어나 신문이 배달되는 새벽의 활기찬 기운을 만끽하며 학창 시절로 돌아가 보련다. 신문에 흉흉한 사건보다는 조금 더 정이 넘치는 이야기가 많기를 기대하면서.

허범 법무법인 ‘혜민’ 변호사
#신문과 놀자#나의 nie#허범#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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