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세 아들 앞에서… 10대 훈계하던 30대 맞아 숨져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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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뱉는 고교생들과 몸싸움 길바닥에 머리 부딪혀 끝내…

세차장 직원 김모 씨(39)는 편의점 앞에서 고교생 5명이 컵라면을 먹으며 연신 침을 뱉는 모습에 화가 났다. 여섯 살 난 아들을 뒤에 둔 채 이들을 꾸짖었다. 하지만 김모 군(16) 일행이 아무 대꾸 없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만 보자 김 씨는 멱살을 잡고 호통 치기 시작했다. 지난달 21일 0시 10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 서둔동에서 일어난 일이다.

마침 김 군 일행과 알고 지내던 신모 씨(21·무직)가 지나다 이를 보고 “왜 그러시느냐, 너무 하는 것 아니냐”며 김 씨를 말렸다. 이 과정에서 신 씨와 김 씨가 몸싸움을 벌였고 김 군이 다시 이를 말리다 김 씨에게 맞았다. 화가 난 김 군이 발로 김 씨 얼굴을 걷어찼고 김 씨는 뒤로 넘어지면서 아스팔트 바닥에 머리를 부딪쳐 정신을 잃었다. 함께 편의점에 왔다가 잠시 집에 다녀온 김 씨 부인이 이를 발견했다. 편의점에서 아들이 장난감을 사달라고 했지만 돈이 모자라 지갑을 가져오는 데 걸린 5분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병원으로 옮겨진 김 씨는 8시간 동안 수술을 받았지만 27일 숨졌다. 아빠와 편의점에 왔다가 이 장면을 목격한 아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김 씨는 전날 동료들과 오후 10시까지 회식한 뒤 귀가했다가 맥주를 더 사려고 편의점을 찾았다가 변을 당했다. 수원서부경찰서는 달아난 김 군을 당일 붙잡았다. 보완 조사를 거쳐 상해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수원지방법원은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31일 기각했다.

김 씨의 유족은 “멀쩡하던 사람이 5분 사이에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는데 경찰은 김 군한테 단 한 대 맞고 쓰러졌다고 결론을 냈다”며 “현장에는 김 군의 친구 여러 명이 있었는데 사건을 축소한 것 아니냐”며 재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사건사고#고교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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