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3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대학 및 학과를 선택할 때 취업 안정성을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는 추세가 두드러진다. 동아일보 DB
올해 대학생이 된 조건우 씨(19). 그는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뒤 고민에 빠졌었다. 수능 성적에 맞춰 서울 소재 대학에 지원할 것인지, 아니면 졸업 후 취업이 보장되는 대학·학과에 진학할지를 놓고 선택의 기로에 선 것. 자연계인 그의 2012학년도 수능 성적은 수리영역 2등급, 과학탐구 2개 과목 각각 1, 2등급으로 경희대 중앙대 등 서울 상위권 대학 이공계열 학과에 진학이 가능한 성적이었다.
고2 때까지만 해도 명문대 화학과를 졸업한 뒤 대기업 화학연구원이 되기를 꿈꾼 조 씨. 그런 그가 입학원서를 낸 곳은 해양·해운 분야의 특성화 대학인 한국해양대 해사대학이었다.
조 씨가 서울 상위권 대학 대신 지방의 특성화 대학을 선택한 것은 이 대학 졸업생들의 진로가 뚜렷하고 취업률도 매우 높다는 정보 때문이었다. 또 등록금과 기숙사비가 전액 국비로 지원되고 3년간의 승선으로 군(軍) 대체복무가 가능한 점도 매력으로 작용했다.
그가 진학한 학과의 경우 2012학년도 정시모집 최종합격자(일반전형 나군)의 수능 3개영역(수리·과탐·외국어) 등급 평균은 2.42. 3개영역 등급 평균이 1.67인 조 씨로서는 점수가 아까울 정도의 하향 지원이었지만 그는 가·나·다군 모두 이 대학에 원서를 제출해 최종 합격했다.
조 씨처럼 최근 고3 수험생들 사이에선 대학·학과를 선택할 때 취업 안정성을 중요하게 고려하는 추세가 두드러진다. 특히 대학 진학과 동시에 자신의 직장과 직종이 명확히 결정되는 대학이나 학과가 인기. 상위권 학생들 사이에서 경찰·군 간부 채용이 보장되는 경찰대와 육·해·공군 및 간호사관학교의 인기가 높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같은 현상은 수능 2∼5등급대 학생들에게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졸업 후 농협 직원으로 채용되는 것이 사실상 보장되는 농협대(3년제)나 공기업(한국철도공사)·유통기업 취업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한국교통대 철도대학(구 철도대학·4년제) 등은 수능 2등급 이내의 성적이어야 합격을 점쳐볼 수 있다. 철도운전시스템공학과의 경우 2012학년도 정시모집 일반전형 최종합격자의 평균 수능 백분위는 89.28%. 이는 통상 서울 소재 중하위권 대학에도 도전해 봄직한 성적이다.
전문대 간호·보건계열 학과에도 중하위권 수험생들의 발길이 는다.
김덕년 경기 선부고 교사(경기도 진로진학지원센터 팀장)는 “수능 성적 3, 4등급대의 중위권 학생 중에서는 수도권 4년제 대학 일반학과 대신 간호학과, 물리치료학과 등 전문대 보건계열 학과로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상을 반영하듯 최근 상당수 전문대가 간호·보건계열 학과의 정원을 늘리는 추세.
김경훈 경기 수원여고 교육정보부장(경기도 대입상담교사단)은 “전체 전문대 정원 중 간호·보건계열 학과의 정원 비율이 2008년 16.9%에서 2012년 19.8%로 3%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이는 상대적으로 취업이 불안정한 예체능계열 학과의 정원이 같은 기간 6.7%포인트나 축소된 것과 상반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전문대 졸업자의 취업률이 4년제 대학 졸업자보다 10%가량 높다는 통계도 있는 만큼 4년제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어려울 것을 고민하는 중하위권 수험생들에게 전문대·특성화대 관련 정보를 적극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것.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상당수 진로진학담당교사들은 고3 수험생들이 대학에 진학하기도 전에 취업을 걱정하는 이유를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자신의 대학 전공을 결정하는 데 있어 취업이 최우선 기준이 되는 것은 옳은 것이 아니다”라는 의견이다. 자신이 본래 가졌던 꿈과 적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기를 추천한다는 것.
이종서 이투스청솔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진로를 명확히 정한 수험생이라면 취업 중심 대학·학과 진학도 좋지만, 학생들이 대부분 대학생활을 해 나가면서 진로를 탐색해 나가는 현실을 고려하면 수험생들이 다짜고짜 높은 취업률만을 보고 대학·학과를 선택하는 것은 신중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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