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에 맛집-제품 검색하면 바로 뜨는 블로그 10건중 9건이 광고성 의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20일 03시 00분


파워블로거 통해 분석해보니… 블로거 글 1건에 10만~60만원 ‘뒷돈’

“안녕하세요, 이웃님들. 얼마 전에 괜찮은 ‘강남 맛집’을 알아냈는데 저 혼자만 알고 있으려니 입이 근질거려서요.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강남맛집’! 바로 ‘강남맛집’ ‘○○○○’입니다.”

“(댓글) 맛집 찾고 있었는데 감사합니다. 꼭 가봐야겠어요.”

수십 장의 화려한 음식 사진에 음식점 구석구석 안내는 기본, 음식맛과 서비스 어느 것 하나 흠잡을 데 없다는 칭찬 일색의 블로그에 소비자는 완전히 넘어가고 만다. 하지만 이런 블로그는 식당 주인한테 돈을 받고 쓴 광고일 가능성이 높다.

○ 개업 일주일 된 집이 인기 맛집으로 추천돼

동아일보와 채널A가 파워블로거를 통해 조사해본 결과, 주요 포털사이트에 뜨는 상위 블로그 대부분이 광고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블로거가 자신의 인기를 악용해 업체로부터 돈을 받고 올린 대가성 글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네이버 검색창에 ‘강남 맛집’, ‘홍대 맛집’, ‘수분 크림’ 세 단어를 각각 검색해 봤다. 블로그 누적방문자 400만 명이 넘는 파워블로거 박모 씨(26)는 “세 가지 검색 모두 첫 페이지에 뜨는 10건의 블로그 중 9건은 광고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박 씨 역시 광고업체로부터 의뢰를 받아 돈을 받고 광고 글을 여러 차례 올린 전력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많은 소비자가 인터넷에서 제품이나 업체 정보를 얻을 때 블로그를 참고한다. 비교적 상업적이지 않은 순수한 콘텐츠라고 생각하기 때문. 주말에 친구들과 서울 시내 맛집을 찾아다니는 게 취미인 회사원 김다정 씨(27·여)는 “블로그에 올라온 글은 모두 직접 체험을 해보고 쓴 순수한 글이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얼마 전 그는 블로그에 인기 맛집으로 소개된 집에 갔다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음식은 말할 것도 없고 가격도 터무니없이 비쌌다. 알고 보니 그 집은 문을 연 지 1주일밖에 안 된 식당이었다.


○ 업체와 파워블로거 간에 흐르는 검은돈

업주와 파워블로거 간의 거래는 교묘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기업이 홍보대행사에 블로그 마케팅을 의뢰하면 대행사가 평소 관리하는 블로거에게 이른바 ‘가이드라인’을 전달한다.

파워블로거 이모 씨(24·회사원)에 따르면 블로거의 지명도에 따라 글 한 건당 10만∼60만 원이 오간다. 이 씨는 “주말에 소일 삼아 반짝 일을 해 한 달에 150만 원을 번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다른 직업 없이 광고 블로그만 직업적으로 운영하는 사람은 한 달 수입이 600만 원도 넘는다.

대행사는 광고 냄새가 풍기지 않도록 블로거에게 꼼꼼한 주의를 주기도 한다.

실제로 한 대기업 제과업체가 자사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파워블로거에게 전달한 가이드라인을 보면 ‘단순 홍보성 및 상업적인 글이 아닌 본인의 경험에 의해 캠페인 주제가 효과적으로 드러나게 작성해야 한다’는 주의사항이 담겨 있다.

‘크기가 커진 제품을 먹으려 입을 크게 벌리는 모습을 찍으라’는 식으로 제품을 시식하는 사진 연출까지 일일이 지시하기도 했다.

누적방문자 수가 200만 명인 파워블로거 김모 씨(22·학생)는 “일부 블로거는 대행사의 요구에 따라 경쟁 제품을 근거 없이 흠집 내는 ‘네거티브 마케팅’도 서슴지 않는다”고 했다.

김관 채널A 기자 kwan@donga.com   
김창원 채널A 기자 changkim@donga.com  
김태영 인턴 기자  
#블로그#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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