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례로 경포해변 음주 단속?…사실상 불가능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19일 12시 59분


강원 강릉경찰서가 경포해변(해수욕장)에서의 음주를 규제해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강릉시가 조례제정으로 이를 뒷받침하기로 했지만 조례를 제정하더라도 사실상 과태료 부과 등을 통한 강제단속은 할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강릉시 최명희 시장과 강릉경찰서 장신중 서장은 19일 기자회견을 갖고 "경포해변은 물론 경포·순포습지, 해변 송림지역, 허균·허난설헌 기념공원 등 문화재보호구역, 솔향 수목원 등에서도 음주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조례를 조속한 시일 내에 제정 공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릉시는 앞으로 해변 시설물의 위탁관리와 점용허가 등 제도를 통해 관리하는 해수욕장 운영에 관한 사항과 음주, 익사사고 등 지자체의 관리책임에 초점을 둬 자연환경보전법 등 관계법령에 근거해 조례를 제정할 계획이다.

최명희 시장은 "경포해변 질서문화 캠페인의 확산 효과는 강릉의 가치와 이미지를 더 높이고 국내외 관광객이 다시 찾는 세계적 명품도시로 자리매김하게 돼 지역경제의 소득증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조례를 제정하더라도 이번 피서철에는 조례의 적용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경포해변 백사장은 현재 도립공원지역도 아니어서 시가 근거로 삼으려는 자연환경보전법을 적용받기 힘들다.

특히 강릉시가 이른 시일 안에 조례를 제정하더라도 20일의 입법예고 기간과 조례규칙심의회를 통과해야 하고 이를 통과시켜줘야 할 강릉시의회도 해수욕장이 폐장한 이후인 9월 4¤11일에야 열리는 것으로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의회 회기 마지막 날 본회의에서 조례가 통과되더라도 강릉시에 통보하고 강릉시는 이를 다시 강원도 소관부서의 검토를 거쳐야 하는 등 20일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8월 하순에 끝나는 해수욕장 개장 전까지는 공포는 물론 시행조차 될 수 없는 실정이다.

더욱이 조례를 제정하더라도 지방자치법(제22조)에는 주민의 권리 제한 또는 의무 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을 정할 때에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변에서 음주를 하더라도 과태료 부과 등을 통한 강제 단속은 원천적으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경찰이 해변 백사장을 다니면서 '음주를 하지 마십시요''백사장 밖으로 나가주세요''백사장으로 술을 갖고 들어가지 마세요' 등 계도하고 홍보하는 정도 이상은 할 수 없다.

과태료 부과 등 강력한 단속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국민건강증진법'(박성호 의원 제출)에 지자체가 조례로 음주를 금지하는 장소를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어길 경우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토록 하는 법이 통과돼야만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서울 강북구 등 일부 자치단체에서도 공원과 녹지 등에서의 음주 근절을 위해 음주청정지역을 지정하는 내용이 포함된 '건전한 음주문화 환경조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등을 이미 제정해 시행하고 있으나 단속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아 사실상 선언적 의미에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강릉시도 당초 음주금지를 위한 조례 제정을 추진했으나 관계법을 찾지 못해 음주문화 개선을 위한 근거 조례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강릉경찰서는 음주문화 개선을 위해 지난 13일 개장한 강릉 경포해변 백사장에서의 음주를 규제하고 있다.

한편 강릉시는 경찰과 함께 하루 8개 단체 40명을 동원, 해변에서의 무질서한 음주 등으로 건전한 피서문화가 변질되고 가족단위의 관광객이 찾지 않는 해변을 쾌적하고 안전하게 바꾸기 위해 음주문화 개선 등 질서문화 정착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펼치기로 했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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