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학생 60명 땀으로 지은 ‘필리핀 러브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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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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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외대 6년째 해외 빈민촌서 ‘사랑의 집짓기’

부산외국어대생들이 2일 필리핀 마닐라 인근 빈민촌에서 현지 주민들을 위해 사랑의
집짓기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부산외대 제공
부산외국어대생들이 2일 필리핀 마닐라 인근 빈민촌에서 현지 주민들을 위해 사랑의 집짓기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부산외대 제공
4일 오후 필리핀 마닐라 인근 케손시티 발라라 지역. 빈민촌 밀집 지역인 이곳은 폭이 1m도 되지 않는 좁은 통로 양쪽으로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판잣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코코넛 나무와 합판으로 만든 7∼10m²(약 2∼3평) 크기의 판잣집에 많게는 가족 10여 명이 모여 산다. 가구당 한 달 평균 수입은 1만 페소(약 27만 원)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집이 많아 촛불이나 기름 램프로 지낸다. 열대성 집중 강우(스콜) 때문에 배수가 잘 안 되고 판잣집 바닥은 시커먼 하수가 자주 역류한다. 장판이나 매트리스, 이불 없이 생활하는 집도 있다.

부산외국어대는 2007년부터 현지 한인교회의 소개로 이곳에서 6년째 여름방학 해외봉사활동인 ‘사랑의 집짓기’를 하고 있다. 6년간 수리한 집은 40채. 올해도 지난달 28일부터 2주간 학생 60명이 봉사활동에 참가하고 있다. 35도가 넘는 더위와 잦은 열대성 강우, 90%가 넘는 습도를 이겨내며 묵묵히 톱질과 망치질을 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조별로 나눠 상황이 열악한 판잣집 5곳을 허물고 새집으로 완전히 재건축했다. 점심시간에는 짬을 내 이곳 초등학생 100명에게 음악 공예 등 교육봉사활동을 한다. 주택 건축비와 교육 재료비, 음식 등은 부산외국어대가 제공했다. 특히 올해는 한인교회 2층에 부산지역 독지가의 도움을 받아 대형 스크린과 프로젝터 등 영화 상영시설을 설치했다. 제시카 양(8)은 “내 키보다 큰 화면으로 처음 보는 만화영화가 너무 신기하다”고 말했다. 사랑의 집짓기를 마친 대학생들은 오후 7시부터 2시간은 인근 학원에서 1 대 1, 1 대 4 형태로 영어를 배웠다.

이경진 씨(25·영상미디어학부 4학년)는 “난생처음 벽돌과 나무를 나르며 시멘트도 발라 봤다”며 “몸은 힘들지만 친구처럼 우리를 대하는 아이들을 보니 행복하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정민호 씨(24·국제무역학과 3학년)는 “방학 기간 취업을 위해 스펙을 쌓는 것도 좋지만 어려운 사람들을 도운 경험은 평생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도움으로 면적이 7m²가량인 판잣집을 3층짜리 집으로 개조한 롤리타 바우더스트 씨(58·여)는 “30년 넘게 이곳에서 살았는데 이제 비가 새지도, 좁지도 않아 가족 13명과 편하게 살게 됐다. 한국 대학생들에게 감사드린다”면서 고마움을 나타냈다. 부산외대 이칠우 홍보팀장은 “국제 마인드와 국가관을 키워주고 진정한 땀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기회여서 경쟁률이 10 대 1이 넘을 만큼 학생들이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마닐라=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부산#부산외대#필리핀#자원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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