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저당비 230억 돌려달라” 사상최대 집단소송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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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원, 4만3000명 대신해 은행-보험사 상대로 제기
금융권 “이자 깎아줘 반환 못해”

4만 명이 넘는 소비자가 은행과 생명보험사에서 담보대출을 받을 때 냈던 근저당 설정비를 돌려 달라며 집단소송에 나섰다. 금융 분야의 집단 소송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로 알려진 이번 소송에 은행과 생보사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본보 3월 8일자 B3면
“은행 근저당 설정비 돌려달라” 소비자원에 5200명 피해 상담


3일 금융계에 따르면 공공기관인 한국소비자원은 금융회사에 근저당 설정비를 낸 약 4만3000명의 소비자를 대신해 최근 은행과 생보사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 1인당 평균 피해액은 53만 원으로 승소하면 받을 수 있는 보상액만 230억 원에 이른다. 올해 초 소비자원은 이번 소송을 지원하기로 결정하고 2월부터 피해상담 신청을 받아왔다.

은행 등 금융회사에서 담보대출을 받을 때 고객이 부담하던 근저당 설정비는 지난해 7월 공정거래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현재는 금융회사가 모두 부담하고, 인지세도 금융회사와 고객이 반반씩 내고 있다. 이번 소송에 참여한 소비자들은 그 전에 냈던 설정비도 돌려 달라는 것이다. 다만 법적으로 부당이득 반환에 관한 청구권 소멸시효가 10년인 점을 감안해 소송 참여자는 2003년 1월 이후 담보대출자로 제한됐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금융회사들이 이 문제에 성의 있게 나서지 않아 결국 소송을 내게 됐다”며 “자체적으로는 소송에서 질 확률보다 이길 확률이 더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에 따르면 소비자원 외에 고객들이 근저당 설정비 반환을 요구하며 전국 각지 법원에 낸 소송이 200건을 넘는다. 금융 관련 시민단체인 금융소비자연맹(금소연)과 일부 민간 법무법인도 별도의 집단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금소연은 지난 10년간 금융기관들이 개인 고객에게 징수한 설정비만 10조∼15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한다.

금융권은 설정비를 부담한 고객에게 그만큼 대출이자나 중도상환 수수료를 감면해줬기 때문에 반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전국은행연합회 관계자는 “근저당 설정비와 관련해 고객이 손해를 본 것도, 은행이 이득을 취한 것도 없기 때문에 은행들이 이를 반환할 이유가 없다”며 “해당 은행들도 나름대로 소송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근저당비#소비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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