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School Diary]우리학교엔 ‘활력소 친구’가 있어요

타로카드로 친구에게 고민 상담을 해주는 경기 광동고 3학년 최용준 군.

연일 불거지는 학교폭력과 날로 심각해지는 교권 훼손 문제…. 게다가 치열한 입시경쟁이 벌어지는 고교 교실에선 학생들의 웃음소리보다 한숨소리가 더 크게 흘러나오는 듯하다. 어깨가 축 처진 고교생들에게 에너지를 ‘팍팍’ 불어넣어주는 ‘활력소 친구’가 있다면 무거운 교실 분위기도 한결 가벼워지지 않을까. 자신의 끼와 재주, 때로는 희생정신까지 발휘해 친구들에게 시원한 ‘청량제’가 돼주는 이 친구들처럼 말이다.

“얘들아∼아침 못 먹은 사람 이리 모여라!”

서울 서울관광고 3학년 오연정 양(18)은 아침마다 든든한 먹거리를 친구들에게 선물한다. 이미 한식조리사 자격증을 갖출 만큼 요리 실력이 수준급인 오 양. 그가 만든 두부과자와 치즈쿠키, 빵과 김밥 등 ‘오연정 표’ 도시락은 아침식사를 거른 채 등교하는 친구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오 양의 친구들은 “요리 솜씨만큼 훌륭한 오 양의 배려심 덕분에 적막한 고3 교실에 신바람이 분다”며 고마움을 전한다.

한편 경기 광동고 3학년 최용준 군(18)은 친구들의 마음과 영혼을 ‘치유’해준다. 타로카드를 이용해 운세를 봐주는 것. 그를 만나기 위해 쉬는 시간마다 많은 친구들이 찾아온다. 성적, 이성, 진로 등 어떤 문제든 최 군과 대화를 나누면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린다는데….

이처럼 최 군이 ‘족집게’ 조언을 내놓을 수 있는 비결은 ‘타로카드’ 자체보다는 치밀한 관찰력과 속 깊은 우정에 있다. 운세를 보러온 친구들에게 용기와 힘을 주고 싶은 그는 평소 친구들의 장점과 단점, 재능을 세세히 관찰해뒀다가 친구에게 ‘맞춤형’ 답을 준다.

친구들의 ‘헤어디자이너’를 자처하는 고교생도 있다. 가위 하나를 들고 교내를 바쁘게 누비는 충북 매괴고 3학년 임솔아 양(18).

초등 6학년 때 미용사 자격증을 취득해 7년의 미용 경력을 지닌 임 양은 미용실에 갈 여유가 많지 않은 고3 친구들에게 인기가 단연 높다. 임 양은 “소박한 재능으로나마 친구들에게 즐거움과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기쁜 일”이라며 활짝 웃었다.

이강훈 기자 ygh8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