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생겼어요” 比아이들 다시 웃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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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지구촌 희망학교’ 比 산로케 초교 가보니

화재로 무너진 학교를 다음커뮤니케이션 지원으로 되찾은 필리핀 나보타스 시 산로케 ‘지구촌 희망학교’ 학생들이 15일 펜을 이어붙여 ‘사랑해요, 한국(I love you Korea)’이라는 글자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나보타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화재로 무너진 학교를 다음커뮤니케이션 지원으로 되찾은 필리핀 나보타스 시 산로케 ‘지구촌 희망학교’ 학생들이 15일 펜을 이어붙여 ‘사랑해요, 한국(I love you Korea)’이라는 글자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나보타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화재로 폐허가 된 필리핀 나보타스 시 산로케 지역 ‘지구촌 희망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14일 학교를 찾은 다음커뮤니케이션 임직원 봉사단이 케이팝 공연으로 흥을 돋우자 아이들은 한 학기 동안 갈고닦은 태권도와 한국 전통춤 실력을 보이며 화답했다. 태권도 시범을 선보인 앨버트 마틴 군(10)은 “인생 최고의 날”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산로케 초등학교는 지난해 1월 대형 화재로 주변 집 200여 채와 함께 전소됐다. 인구밀도(2009년 기준 km²당 2만2780명)가 높은 나보타스 시에는 목조건물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데다가 전기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아 촛불로 인한 화재가 잦다. 학생 1000여 명은 학교에 발길을 끊거나 고등학교 건물을 빌려 3부제로 수업을 해야 했다. 수도 마닐라로부터 10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지만 시민 25만 명 중 7만 명이 극빈층인 가난한 도시여서 지방정부의 지원도 기대하기 어려웠다.

다음은 하트하트재단과 함께 사회공헌 프로그램 ‘지구촌 희망학교’를 통해 이곳에 올해 1월 교실 6개를 갖춘 학교를 지었다. 기금은 사내 바자회와 카페 운영 등으로 조성했다. 또 3년간 자금 지원을 약속하고 방과 후 수업을 열었다. 학교가 들어서기 전에는 수업이 끝나고 할 일이 없는 아이들이 거리에서 마약과 도둑질을 배우기 일쑤였지만 이제는 넉넉한 공간에서 컴퓨터와 태권도 등을 배울 수 있게 됐다. 이 학교 재학생인 페르디난드 나바로 군(10)은 “의사가 돼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은 꿈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게 됐다”며 활짝 웃었다.

이달 13일부터 7일간 ‘설레는 휴가’라는 이름으로 파견된 다음 봉사단은 운동회와 공연 등 프로그램을 펴 아이들에게 웃음을 선물했다. 휴가를 반납하는 조건이었지만 임직원 15명을 선발하는 데 지원자 70명이 몰렸다. 봉사단에 참가한 홍종민 사원(29)은 “작은 봉사가 아이들의 꿈을 이루는 데 큰 도움이 된다니 보람차다”고 말했다.

섭씨 35도를 넘는 후덥지근한 날씨에 땀이 비 오듯 쏟아졌지만 봉사단과 아이들 얼굴에서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아이들은 생전 처음 고무동력기를 만들어 하늘에 날리고 놋다리밟기 등 한국 전통놀이를 하며 “이사 파(한 번 더)”를 외쳤다. 휑한 벽에는 페인트를 온몸에 묻혀가며 벽화를 그렸다. 티셔츠에 비뚤비뚤한 글씨로 ‘I love Korea’(사랑해요 한국)를 쓰는 아이들도 있었다. 필리핀에서 22년째 선교활동을 하고 있는 하트하트재단 임문희 지부장(49)은 “이렇게 행복해하는 아이들의 얼굴은 본 적이 없다”며 놀라워했다.

지구촌 희망학교는 제3세계 빈민촌에 학교를 짓고 교육환경을 조성해 주는 다음의 사회공헌 프로그램. 2006년 캄보디아에 제1호 학교를 건립한 데 이어 이번이 여섯 번째다. 현재는 라오스와 타지키스탄에 제7, 8호 학교를 짓고 있다. 이들 학교는 올해 가을 완공된다.

나보타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필리핀#지구촌 희망학교#다음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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