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참 이상… 비싼 등산복 입고 막걸리 취해 하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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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희대서 세계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 대회

소주병 든 佛 태권녀 “술 한잔해요” 17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에서 열린 제15회 ‘세계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 대회’ 본선에 진출한 프랑스인 마리옹 질베르 씨가 ‘술 한잔하자’라는 소재로 발표하고 있다. 관객으로 참가한 친구들은 그를 응원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소주병 든 佛 태권녀 “술 한잔해요” 17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에서 열린 제15회 ‘세계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 대회’ 본선에 진출한 프랑스인 마리옹 질베르 씨가 ‘술 한잔하자’라는 소재로 발표하고 있다. 관객으로 참가한 친구들은 그를 응원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삼겹살에 소주를 실컷 먹고도 또 입가심으로 맥주 한 잔 더 하러 가자는 한국 사람들, 처음엔 이해 안 갔지만 이젠 정(情)을 나누는 자리라는 걸 알아요.”

한글로 ‘마희용’이라는 이름을 크게 써 붙인 태권도복을 입고 나온 프랑스 출신의 마리옹 질베르 씨(21·여)가 녹색 소주병을 들고 한국의 회식 문화에 대해 능숙한 한국어로 말을 하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17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 크라운관에서 열린 제15회 ‘세계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 대회’ 본선에서는 질베르 씨를 비롯한 각국 참가자들이 800여 명의 관객 앞에서 한국어 실력을 뽐냈다. 이번 대회에는 1200여 명의 참가자들이 ‘내가 좋아하는 케이팝’과 ‘한국 문화체험’을 주제로 직접 한국어로 작문해 원고를 냈고, 이 중 뽑힌 100여 명의 외국인들이 3일부터 이틀간 예선을 치러 19개국 21명이 본선에 진출했다.

참가자들은 말하기뿐만 아니라 전통 의상과 열정적인 제스처를 준비해 진한 ‘한국사랑’을 보여줬다. 멕시코 출신으로 2년 전 한국에 왔다는 오스왈도 카스트로 로메로 씨(29)는 챙이 큰 중절모를 쓰고는 자신을 “불꽃 카리스마에 터프한 남자”로 소개한 뒤 아이돌 가수 아이유의 삼단 고음을 따라해 관객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고려대 한국어문학교육센터에서 학업 중인 중국 출신의 판옌원 씨(20·여)는 ‘포장마차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며 한국인과 유사한 억양과 몸짓으로 “친절하고 따뜻한 포차에서 한잔하자”고 해 박수를 받았다.

대상인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은 인도 출신의 야덥 부펜들 씨(25)에게 돌아갔다. 지난해 대회에서는 예선 탈락했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첫 번째로 등록해 대상까지 거머쥔 그는 등산복을 입고 무대에 올라 ‘한국의 등산 문화’에 대해 말했다. 그가 “인도에서는 히말라야에 가는 사람들도 저런 등산복을 잘 입지 않는데 1000m도 되지 않는 산에 올라가면서 값비싼 등산복을 입고 막걸리에 취해 산을 내려온다”고 하자 관객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이어 “한국에 와서 등산을 시작했는데, 천식도 많이 나아졌고 정상에서 ‘야호’ 외치는 모습도 좋고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나누는 즐거운 대화도 들려 재미있다”며 “열심히 하다 보니 장비의 중요성도 알게 돼 나도 좋은 등산복을 마련했다”고 했다.

[채널A 영상] “비싼 등산복 사랑, 한국말 보다 더 이상해”

심사위원장인 백봉자 전 국제한국어교육학회장은 “이 대회는 경쟁이라기보다 한국어 교육학계의 큰 잔치이자 축하마당이다”며 “한국 문화를 사랑하는 외국인과 소통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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